(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진단한 것과 유사하지만, '생산과 수요 측면'이라는 문구를 통해 범위를 좀 더 넓혔다.

그만큼 경기 하강에 대해 더욱 깊은 우려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과 관련해 작년 12월 '증가세 완만'이라는 표현을 지난달 '위축'으로 바꾸면서 경고음을 높였는데, 이번 달에도 동일한 기조를 지속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낮은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건설업생산도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면서 산업생산의 증가세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모두 낮은 증가세를 보인 탓에 전월의 0.6%보다 낮은 0.3% 증가율을 나타냈다.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4.8%)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1.6% 증가하는 데 그쳤고, 계절 조정 전월 대비로도 전월(-1.6%)에 이어 감소(-1.4%)했다.

자동차가 18.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1년 전 파업 등 조업일수가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

서비스업생산의 경우 보건 및 사회복지(8.9%)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미약한 증가세가 유지돼 전월(1.1%)보다 낮은 0.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업생산은 전월(-10.4%)에 이어 9.5% 감소하며 부진을 지속했다.

작년 12월 제조업 재고율은 계절 조정 재고지수가 전월 대비 상승하고, 출하지수가 감소하면서 10월(106.9%)과 11월(111.7%)에 이어 큰 폭으로 상승한 116.0%를 나타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8.3)보다 낮은 98.1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고, 향후 경기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98.7)보다 하락한 98.5에 그쳤다.

두 경기지표는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역대 최장 동반 하락세다.

KDI는 또 수요 측면에서도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됐다고 판단했다.

소비의 경우 소매판매액이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서비스업생산의 증가 폭도 축소되는 등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다소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작년 12월 소매판매액은 전월(1.0%)보다는 높은 3.0%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8년 평균(4.2%)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다소 낮았다.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6.9)보다 소폭 상승한 97.5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수출의 경우 효자 상품인 반도체와 석유류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8% 감소하면서 작년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23.3% 급감한 게 직격탄이 됐다.

KDI는 "작년 11월 세계교역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대외 여건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도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설비투자지수는 -14.5%로 전월의 -9.3%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다. 특히 기계류 설비투자는 21.1%나 하락했다.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은 작년 12월 14.2% 증가했지만, 올해 1월 자본재 수입액은 반도체제조용장비를 중심으로 21.3% 감소하면서 부진이 이어졌다.

건설투자 부진도 계속됐는데, 작년 12월 건설기성(불변)은 9.5% 줄었다. 건설수주(경상)는 주거건축 감소세 지속으로 7.0% 줄었다.

KDI는 "주택 인허가와 주택착공의 감소세가 지속하면서 향후에도 주거건축의 부진이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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