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 임대료 전가는 '글쎄'…개발사업 비용증가



(세종·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이재헌 기자 =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상승하면서 서울 등 주요 상권의 세금부담이 커지고, 세입자에게 임대료로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최근 침체된 부동산경기를 감안할 때 세입자에서 늘어난 세금부담을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는 전년보다 9.42% 상승했다.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했거나 상대적으로 시세보다 공시지가가 낮았던 표준지를 주로 높여 현실화율은 2.2%포인트 높아진 64.8%를 기록하게 됐다.

전국 시도별로 공시지가가 떨어진 곳이 없다.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울산 동구는 공시지가 변동률이 마이너스(-) 0.53%를 나타냈지만, 다른 구의 재개발 사업 등의 영향으로 울산 전체의 공시지가 변동률은 5.4%를 보였다.

공시가격 상승이 공정과세와 연결되는 만큼 소유자들의 세금부담이 커진다. 토지 소유자가 한정적이기에 지역·용도에 따라 체감도가 다를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빌딩·건물을 소유한 투자자는 세 부담이 본격화할 것으로 진단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표준지가 상승은 주로 상업용이나 업무용 부동산에 영향을 줄 것이다"며 "강남, 명동, 성수, 합정, 용산 등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보유세를 고려한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는 데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베이비부머 은퇴로 안정적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수익형부동산에 여전히 관심이 높아 시장이 양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입자에 대한 조세 전가는 일부 핫플레이스를 제외하곤 쉽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부동산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 등으로 상가는 물론 주택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보유세가 늘어난다고 이를 세입자에게 임대료로 전가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입장에서는 전국에서 표준지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토지를 수용해 진행하는 개발사업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토지는 주택보다 거래 횟수가 적고 용도도 다양해 감정가를 매기는데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 그중 하나가 주변의 표준지 공시지가다. 주변 토지의 감정가가 함께 뛰면 이를 사들일 때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함영진 랩장은 "공시지가가 토지보상금의 기준이 된다는 면에서 공시지가 상승은 토지보상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3기 신도시 개발이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토지수용단계에서 사업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최근 건축시장에서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공시지가 상승도 사업비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표준 단독주택 공시 이후 이의신청을 받아준 만큼 이번에도 정부가 일부 공시가격이 내려주고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됐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조세저항이 심해지면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며 "실무측면에서는 표준화가 용이한 자산인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앞으로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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