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삼성중공업이 12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회사의 자금 여력과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대우조선 지분 55.7%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는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의향을 물어본 바 있다.

삼성중공업이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여력 때문이다.

명목상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1천억원 수준으로 상당해 보인다.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덕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넘기는 조건이 당장은 돈이 들지 않는 '현물 출자'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회사의 지난 2015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1조1천982억원, 2017년도 -2천9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515억원이다.

규모가 지속해서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보는 상태에서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총차입금도 작년 9월 말 기준 2조5천936억원으로 지난 2017년 말(4조2천461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으나 절대 규모로는 아직 크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삼성중공업이 추후 대우조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최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우수한 액화천연가스(LNG)선 위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 입장에서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면서 "큰 틀에서 조선업 부흥을 바라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바라지 않는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이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을 형편도 아니다.

삼성그룹의 주력은 전자와 바이오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인 것과 다르다. 따라서 모회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삼성중공업에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도 애초에 삼성중공업을 배제하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M&A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산업은행은 내달 초 현대중공업그룹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압도적인 수주잔량을 보유한 글로벌 1위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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