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짐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채권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추경 관련 질문에 "1분기에 재정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추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좀 더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이르면 상반기에 추경이 편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전망에 하방 위험이 고조된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2분기 중 추경 편성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사는 추경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편성될 경우, 국채 추가발행을 수반하고 결국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잉여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추경 예산의 조달 방법은 바이백 예산의 전용과 국채 추가발행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13조2천억 원에 달하지만, 일반회계 잉여금 10조7천억 원의 대부분은 지방 교부 및 지방 교육재정교부로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이미 4조 원을 조기상환용으로 쓴 상황이라 추경 활용 재원은 많지 않다.

바이백 재원을 보면 올해 상환용 국고채 발행으로 배정된 금액은 57조1천억 원이다. 이중 연내 만기도래분은 38조5천억 원 수준이다. 연내 만기도래분을 제외한 일부를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18조6천억 원 중 최대 10조 원 정도는 추경 적자 국채용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에도 11조5천억 원 추경 예산 중 2조 원이 바이백 전용으로 조달된 사례가 있다.

문 연구원은 추경이 12조 원을 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조원까지는 바이백 재원 전용과 세계잉여금의 일부 활용을 통해 추가발행 없이 추경 예산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2조 원은 과거 추경이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0.7~0.8% 규모로 편성된 적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 산정한 수치다.

그는 "다만 이번의 재정지출이 SOC(사회간접자본)에 집중돼 소요 재원이 그 이상이어서 12조 원 이상의 추경이 편성된다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인한 수급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28조4천억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편성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3년 추경 규모도 17조3천억 원에 달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다른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슈퍼 추경이 편성될 경우 국채 추가발행은 불가피할 것이다"며 "이 경우 종목·만기와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발행이 늘어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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