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올해 하반기 자산운용사 약관을 인공지능(AI)으로 심사한다.

이후 내년 은행·증권·보험 등의 금융 권역으로 AI 심사 시스템 적용을 확대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AI 약관 심사 시스템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공개입찰을 진행해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올해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AI 심사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이나 은행권 약관은 양이 워낙 방대한 만큼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자산운용사부터 AI 심사 도입을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자산운용사 중에는 중소형사가 많아 자체적으로 약관을 심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후 은행·증권·보험 등 전 금융권역 약관 심사에도 AI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 민간 금융회사와 협력해 AI 약관 심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표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발해 금융사가 이를 탑재하면 그동안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약관 심사를 표준 API가 대신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 시 국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만큼 금융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 중이라는 후문이다.

AI 약관 심사는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 중 섭테크(SupTech)를 활용한 사례다. 섭테크는 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 감독 당국이 효율적인 감독·검사와 소비자 보호 업무 수행을 위해 활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KT 등과 협업팀을 구성해 약관 심사업무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파일럿 테스트(시범 운영)를 진행해왔다.

AI로 약관을 심사하면 연간 5천건이 보고·접수되는 사모펀드 약관 심사시간이 기존의 3분의 1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AI의 조문 독해 능력과 실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본 결과, AI가 실제 심사 항목에 해당하는 조문을 검색, 제시하고 심사기준에 따른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감원은 핀테크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조직개편을 통해 금감원의 전체 팀 수를 15개 줄이면서도 IT·핀테크전략국에 디지털금융감독팀을 신설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핀테크 감독역량 강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감독 역량의 발전을 도모하고 소비자 보호 기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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