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스페인 은행 산탄데르가 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AT1)를 상환하지 않기로 결정해 채권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산탄데르는 상환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코코본드 15억 유로(약 1조9천억 원)어치를 상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형 금융기관이 코코본드를 첫 번째 상환 옵션 행사일에 상환하지 않는 첫 사례로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른 은행채 대비로 금리가 높아 인기를 끌어온 코코본드에 대해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그간 주요 금융기관은 영구채 형태로 만기가 없는 코코본드를 어김없이 첫 번째 콜 옵션 행사 기일에 상환해왔다.

산탄데르의 마이클 스트래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이메일을 통해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적정 시기에 코코본드를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ABN암로의 톰 킨몬스 채권 전략가는 "주요 은행이 처음으로 코코본드를 상환하지 않았다"면서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이 코코본드 가격을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그는 판단했다.

산탄데르는 코코본드 상환을 미룸으로써 고정금리가 아닌 더 낮은 변동 금리로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게 됐다.

산탄데르가 최근 발행한 코코본드 금리는 7.5%인데 바뀐 이자 지급 체계 하에서는 투자자에게 이자를 5.54%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신문은 산탄데르의 코코본드 미상환 결정은 첫 사례라는 점뿐만 아니라 불과 지난주에 금리 7.5%짜리 코코본드를 발행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파올라 비라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런 정황상 산탄데르의 코코본드 상환이 당연시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산탄데르의 이례적 결정이 코코본드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킨몬스 전략가는 "파장이 전 유럽에 미칠 것"이라며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제한됐다.

오는 5월 콜 옵션 행사일을 맞는 산탄데르 코코본드 가격은 1유로당 98.5센트에서 98센트로 소폭 하락했고 오는 9월 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바클레이즈와 크레디아그리콜의 코코본드 가격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ABN암로 집계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의 코코본드 발행 규모는 1천250억유로(약 159조 원)다.

신문은 과거에도 코코본드가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며 2016년에 도이체방크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일어 가격이 급락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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