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 칼럼>아세안을 다시 보자
<이장원 칼럼>아세안을 다시 보자
  • 승인 2019.02.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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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얼마 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으로 가라'는 말로 파문을 일으킨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퇴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서툰 발언이었으며 장년과 청년 세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로 말했더라도 적절치 못한 비유로 국민을 가르치듯이 훈계한 건 정책집행을 담당하는 청와대 보좌진으로서 올바른 처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 보좌관이 말한 메시지까지 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까지 평가절하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각국에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중국이 담당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은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 등 이른바 '신중국(New China)'이 맡아서 하게 될 것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탈중국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은 이미 동남아에 거점을 구축해놓고 있다. 때마침 동남아 국가들에 한류열풍이 불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류스타들의 인기는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의 신화가 대표적인 사례에 들 것이다. 싸이에 이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정복한 BTS는 한류불모지인 인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이미지를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나라에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긍정평가 비율은 90%를 넘는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세안 5개국의 62%가 한국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으며 드라마 시청경험률도 40~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인의 한국 사랑에 비해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 개선되지 못한 것 같다. 아직까지도 한국인들의 인식체계에선 동남아는 무시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동남아를 한 수 아래로 여기고 은근히 비하하는 것도 여전한 현실이다. 김 보좌관의 설화가 오히려 동남아시아를 보는 우리의 불편한 선입견을 더 확고하게 만든 것 같아 안타깝다. 그의 말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동남아=험지=기피 대상'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류의 상륙으로 좋은 판이 깔렸는데 우리 스스로 이를 걷어차서는 안 될 일이다. 그들을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는 우리의 성숙한 인식이 필요하다.

마음만 먹으면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금물이다. 우리는 인제야 신남방정책을 얘기하지만 사실 중국, 일본보다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동남아 경제권은 이미 화교가 틀어쥐고 있으며 중국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은 일본이 씨를 많이 뿌려놨다. 부족한 도로망을 건설해주고 대신 자동차 회사가 진출하는 식이다. 이들에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산업증권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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