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던 신용카드사들이 여전히 배당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 7일 이사회에서 2천억원의 2018년 결산배당을 의결했다. 전년보다 200억원(11%) 늘어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되는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 60.6%에서 60.8%로 소폭 증가했다.

국민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이익 감소에도 캠코 매각 이익(370억원)으로 얻은 일회성 이익 덕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0.9% 증가한 3천291억원을 기록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전년과 순익 규모가 비슷하다.

삼성카드도 올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64억원 늘어난 1천708억원으로 확정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7%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늘리면서 배당성향도 42.5%에서 49.5%로 높아졌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순익 감소로 배당 규모는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천1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 급감하면서 결산배당도 6천억원에서 3천377억원으로 낮췄지만, 배당성향은 65%로 동일하다.

현대카드도 결산배당금을 전년보다 45.8% 줄인 308억원으로 공시했지만, 2017년 중간배당으로 568억원을 배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배당은 주주가치 제고 등 기업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주주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주주 친화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사의 경우 대부분이 비상장사이고 금융지주나 오너기업의 주력 계열사인 경우가 많아 배당금이 소액주주보다 지주사나 오너 주머니로 쏠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 비씨카드는 KT, 롯데카드는 롯데쇼핑이다.

결국 카드사가 돈을 벌어 금융지주와 은행 돈을 벌어주는 꼴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으로 수익이 악화해도 배당을 줄일 수 없다. 신한과 KB금융의 리딩뱅크 경쟁도 결국 카드사가 얼마나 배당을 많이 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두 차례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의 영향으로 7개 전업 카드사들은 연간 1조4000억원가량의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그동안 계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지난해 카드사 영업이익률이 1%에 그치고 특히 중소형 카드사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0.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배당성향이 60~70%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높은 경향이 있다"면서 "카드업 사정이 좋지 않은데 배당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매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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