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미국의 12월 소매판매가 예상외로 큰 폭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다른 경제 지표에 비교해 소매판매가 터무니없이 나쁘다면서 지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상무부는 14일 1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2%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이다.

월가에서는 지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CNBC에 따르면 MUFG의 크리스 룹키 수석 경제학자는 "이는 말 그대로 뜻밖이다"라면서 "앞서 우리가 본 모든 보고서는 연휴 시즌 세일이 훌륭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마스트카드는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연말 쇼핑시즌의 소비가 6년 만에 최대치인 5.1% 증가했다고 밝히는 등 상반된 지표가 적지 않았다.

그랜트 쏜톤의 다이엔 선크 수석 경제학자도 "엄청나게 좋은 고용지표와 반대되는 숫자"라면서 "만약 세상이 정말 그 정도로 나쁘다면 우리가 이를 분명히 목격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스토랑 등의 고용이 탄탄하지만, 12월 음식 서비스 및 음료 판매점 판매는 0.7% 감소하는 부진을 보인 점 등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지표는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제프리스의 와드 맥카시 수석 금융 경제학자도 "기본적인 지표 내용이 전반적으로 끔찍하다"면서 "지표는 12월 소비자 부분이 붕괴한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데 이는 연휴 시즌 판매 보고서나 연휴 시즌 동안의 소비자 신뢰지 지표 등과 너무 모순되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맥카시 경제학자는 "정부의 셧다운과 데이터 수집의 지연 등을 고려하면 이런 의문은 타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상외 지표로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경기 침체 우려는 확산했다.

JP모건체이스는 소매판매 지표 발표 이후 지난해 4분기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 정부의 부분폐쇄(셧다운)와 12월 증시의 극심한 불안 등이 소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셧다운은 지난해 12월 말 시작된 만큼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겠지만, 심리적인 영향은 줬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룹키 경제학자는 "12월 소매판매 부진이 증시 불안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증시는 12월 불안에서 회복했고, 지금은 꽤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날 같이 발표된 지난주 주간실업보험청구자 수가 시장 예상보다 많은 23만9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한 점도 경기 둔화 우려를 더 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셧다운과 LA 지역 교사들의 파업 등을 소매판매 악화 원인으로 탓할 수 없다"면서 "이날 발표된 주간실업보험청구자 수가 4주 평균 위로 다시 증가한 점도 매우 강했던 1월 지표 이후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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