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은행의 영업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이하 충전이익) 경쟁에서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을 압도했다.

지난해 대출 자산의 성장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얻은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은 만큼 올해는 영업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충전이익은 3조4천7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1~3분기 연속으로 9천억원 안팎의 충전이익을 번 신한은행의 증가세는 27.8%나 됐다.

신한금융지주의 충전이익도 5조2천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나 늘어나며 처음으로 5조원 시대를 열었다.

분기마다 1천억원 넘는 충전이익을 쌓은 곳도 신한금융이 유일했다.

계열사 간 영업력을 극대화한 GIB와 PWM을 통한 실적 성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은행과 금투, 생명, 캐피탈의 IB 조직을 통합한 GIB가 연간 벌어들인 이익만 4천791억원으로 전년 대비(3천30억원) 50% 이상 증가했다.

은행과 금투의 연계 영업을 강화한 PWM도 2천851억원으로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충전이익은 3조380억원으로 9.9% 늘어나며 2위를 차지했다.

3분기 충전이익이 무려 9천860억원으로 다른 은행을 크게 압도했지만, 4분기에 3천억 원대를 기록하며 신한은행과의 차이가 벌어졌다.

KB금융지주의 연간 충전이익은 4조8천930억원으로 7.2% 늘었다.

신한금융과는 3분기까지 엎치락뒤치락 근소한 차이의 경쟁을 이어오다 4분기 들어 6천억원이 채 안 되는 충전이익을 쌓으며 뒤로 밀렸다.

국민은행에서만 희망퇴직자가 전년도 407명에서 615명으로 1.5배 늘어난 데다, 계열사별로 늘어난 퇴직금과 보로금 지급이 지난해 실적에 모두 반영된 게 주된 배경이 됐다.

3위와 4위를 차지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연간 기준 충전이익이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의 충전이익은 3조180억원으로 근소한 차이로 국민은행에 2위를 뺏겼다.

다만 작년 KEB하나은행의 충전이익이 줄었음에도 10% 가까이 성장한 국민은행과 불과 20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올해 두 은행 간 영업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7천억원 가까운 충전이익을 벌어들이며 은행권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뒷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하나금융지주의 충전이익은 3조6천27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성장했다.

우리은행의 연간 충전이익은 2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8천억원 넘는 충전이익으로 4대 시중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했다. 2, 3분기에는 7천억 원대의 충전이익으로 KEB하나은행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4분기 충전이익이 3천억 원대에 그치며 한발 물러섰다.

우리금융지주의 충전이익은 3조원에 턱걸이했다.

충전이익은 은행의 핵심 영업이익인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값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금액이다.

건물이나 지분 매각, 기업 구조조정 충당금, 그리고 충당금 환입액 등 일회성으로 반영되는 요인이 제외되는 탓에 은행의 구조적인 수익 창출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분기 대등했던 은행 간 실적이 반기 기준으로 양적, 질적으로 차이를 냈다"며 "경상이익 체력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KB와 우리은행의 4분기 실적은 눈에 띄게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반면 비은행 계열사와 매트릭스 체제의 이익 비중이 늘어나는 신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음에도 안정적으로 이를 관리한 하나은행은 눈여겨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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