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건설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 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1976년 제정된 '국가 비상사태 법(National Emergencies Act of 1976)'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07년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이외에 국가가 위기, 긴급 혹은 비상 상황(crisis, exigency, or emergency circumstances)에 위협을 받을 경우 특정 조항(provisions)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조항에는 물품이나 재산을 압류하거나 생산, 운송, 통신을 통제하고, 계엄령을 선포하거나 여행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CRS 보고서에 따르면 첫 번째 공식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이보다 앞선 1917년 윌슨 대통령 시절에 선포됐다. 1차 세계 대전 동안 미국 선박의 외국인 이전을 제한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두 번째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이 한창때인 1933년 3월에 취임한 직후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은행 휴일을 선포하는 데 활용됐다.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한 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두 번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이는 진주만 공격 이후 의회의 전쟁 선포로 대체됐다.

의회는 1970년대까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를 철회하지는 않은 상황을 크게 우려해왔다.

한 의회 보고서에는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의회에 속한 권한인 연방법의 470개 조항에 대해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라며 "이 방대한 권력이 하나로 이뤄질 경우 정상적인 헌법 절차 없이 나라를 통제할 충분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주어진다"고 경고했다.

의회는 이에 따라 대통령의 재량에 제한을 두는 초당적 법안인 국가 비상사태법을 1976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의회가 비상사태를 종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대통령이 이를 갱신하지 않을 경우 180일 뒤에는 비상사태가 자동 종료하게 되는 내용을 포함해 대통령의 권한에 제한을 뒀다.

국가 비상사태 법에는 대통령의 구체적인 권한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백개의 특정 법령을 명시해 대통령의 재량권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대통령이 해외 위협에 대응해 자산을 동결하거나 금융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나열하는 식이다.

또 국가비상사태 동안 대통령은 군사 방어를 위한 건설, 운영, 유지 등과 관련한 군대 인력, 자금, 장비 등의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건설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을까.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대통령이 국가를 방어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도 대통령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다만 비상사태의 의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이번 경우에는 대통령이 법적 소송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루스 아커만 예일대 법대 교수는 앞서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의회가 비상사태 선언을 통제할 권한이 있다며 의회가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는 대통령 권한의 엄청난 남용이라고 비난했고,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의장은 법적 이의를 제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은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가 선언될 경우 재무부 몰수 기금에서 6억8천100만 달러, 군 건설 예산에서 36억 달러, 국토안보부 기금에서 2억 달러, 국방부 기금서 30억 달러를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바 있다.

만약 국가 비상사태가 선언될 경우 금융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백악관이 대통령이 국경 장벽 예산안에 서명한 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위험자산인 주가가 하락하고, 국채 가격은 상승한 바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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