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무역구조가 적지 않게 변화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판단했다.

한은은 17일 '해외경제포커스 2019-6호'에서 중국의 중간재 수출과 아세안 5국(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의 최종재 생산으로 결합한 역내 가치사슬이 일시적으로 약화하면서, 아세안 수출 증가세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항목 비중이 큰 전기·전자와 기계류 등에서는 아세안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앞으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최종재 수출 비중이 높고 전방 참여도도 가장 낮은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덜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이 보다 강화될 경우, 아세안 5국과 중국 간 상호 협력관계는 빠르게 발전하지는 못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세안 5국과 중국 간 연계성 약화는 '일대일로' 등 투자 부문에서 두드러질 가능성이 컸다.

실제 최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일대일로 관련 인프라 사업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가 정체된다는 것은, 반대로 우리나라 또는 일본이 아세안과 경제협력 관계를 밀접하게 발전시킬 기회가 된다고 한은은 봤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을 늘리고 아세안 5국이 최종재 생산을 확대하는 수직적 분업구조가 진전되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아세안 5국의 참여도가 현재보다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등을 도모하고 있어 한·중·일간의 가치사슬에도 변화가 예상됐다.

한·중·일 간 기술격차 축소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자본재 수출, 한국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등 한 방향의 수직형 무역구조가 점차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경우 가공무역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나가는 가운데 한국 등에 주로 의존했던 중간재의 현지 조달률이 상승 추세이기도 하다.

한은은 "미·중 무역갈등과 이에 따른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 강화로, 아세안 5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무역을 통한 경제협력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진출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며 "역내 생산기지 역할이 부각할 아세안 5국과의 강화된 생산네트워크 구축에 정책적 지원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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