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 15일 아침 부산행 KTX에 금융지주 회장들이 몸을 실었다. 부산에서 열린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부산에 연고를 둔 BNK금융의 수장 김지완 회장의 참석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3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출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로 이들 금융지주 회장들이 공식 석상에 함께 모인 것은 지난달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이후 처음이었다.

금융권은 회장들의 '올출' 배경을 '부산 대개조 사업'에서 찾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역 균형발전 명목으로 도시 내 인프라 재정비와 도시 재생사업 등이 늘어난 가운데 부산시가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이후 첫 경제투어 지역으로 부산을 방문하며 부산지역 경제 살리기에 남다른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지주들이 지방자치단체 개발 사업을 주목하고 나선지는 오래다. 부산시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가장 활발히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실제로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부산 대개조 사업'에는 사상∼해운대 지하고속도로, 만덕∼센텀 지하고속도로, 경부선철도 지하화, 사상공단·센텀·북항·영도·문현지구 스마트시티화, 그리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 포함됐다.

이들 사업은 다수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을 수반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치러진 만덕~센텀 고속도로 금융주관사 선정 입찰에선 치열한 경쟁 끝에 우리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다른 은행들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룹 내 계열사 간 투자은행(IB)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지주로서는 민자 사업의 부동산 개발 금융주선에 참여하는 것은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큰 경험이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당분간 부산에는 눈에 보이는 큰 딜부터 잠재된 작은 딜까지 IB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많은 개발이 있을 것"이라며 "부산시가 기관 고객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다"고 평가했다.

내년부터 차기 부산시금고 선정을 위한 물밑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배경이 됐다.

그간 부산시금고는 부산은행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산시의회를 중심으로 시금고 선정 입찰이 2004년부터 사실상 단독입찰로 진행돼왔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며 선정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금고 부산은행과 2금고 국민은행의 계약 기간은 오는 2020년까지다.

한 시중은행 기관영업 임원은 "금융당국의 지침이나 시의회 내부 의견을 반영해 유의미한 경쟁 체제로 전환된다면 부산광역시는 큰 고객"이라며 "지역 기여나 해당 지역의 기업 대출 등 사전 준비를 통해 도전해볼 만한 곳"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그간 금융지주 회장에게 채워져 있던 보이지 않던 족쇄가 풀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각종 이슈로 사법당국의 주목을 받으며 외부 활동을 암묵적으로 자제해왔다. 금융지주 회장 간 정례적으로 해오던 비공식 회동도 최근에는 뜸해졌다.

하지만 생산적ㆍ포용적 금융 등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춘 경영 활동으로 어느 정도 면죄부를 얻으면서 내실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영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시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금융지주 입장에선 명분과 실리를 둘 다 챙길 수 있는 일"이라며 "올해 금융당국이 금융혁신 차원의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장들의 외부 행보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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