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국 기업의 디폴트 사례가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숙련된 채권 트레이더라면 한동안은 중국 역내 시장에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진단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극단적인 레버리지의 탐욕으로부터 경제를 구하려고 노력한다"며 "일부 기업을 파산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늘어나는 디폴트 사례는 중국 자산을 차별화해서 보기에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배런스는 "중국 채권시장 가운데서도 가장 큰 부분은 위안화로 발행되는 역내 채권"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투자 기관에 여전히 블랙홀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국 당국은 어떤 발행사에 대해서도 상환을 보장해주며 중국 회사채 시장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부채 규모는 4조5천억 달러로 급증했고, 당국이 일부 기업의 디폴트를 유인하자 시장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베스코 중국 위안화 딤섬본드(The Invesco Chinese Yuan Dim Sum Bond) ETF는 지나해 4월부터 12월까지 13% 하락했다. 이는 약 180억 달러에 달하는 작년 디폴트 규모에 따른 것이다.

중국 역내 회사채 시장의 지난해 디폴트 총 가치는 역대 최고치인 1천210억 위안(약 178억 달러)으로, 전년도 338억 위안에서 급증했다.

배런스는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늘고 있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이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투자자에게는 단기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버딘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회사채 헤드인 폴 루카스주스키는 "리스크가 중국 크레디트 시장에 더욱 정확히 반영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숙련된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채권시장을 역내와 역외로 구분해야 하는 기회인 셈이다.

브랜디 와인 글로벌의 트레이시 첸 채권 매니저는 "중국 역내 채권시장에 국제신용평가사는 참가하지 않고, 중국 평가사들은 AAA 등급 기관의 80%를 손에서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주로 홍콩에서 발행되는 역외 채권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달러표시채권 잔액은 총 7천500억 달러로, 중국의 국영 은행과 석유 대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거의 모든 가격대에서 탐욕스러운 자본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고금리 채권이다. 고금리 채권은 주로 부동산 개발업체가 발행한다.

최근 중국의 초대형 부동산 개발사인 항대부동산(China Evergrande Group)은 5년 만기 달러채를 13.75%에 발행했다.

바닝스의 신흥국 회사채 헤드인 오모툰데 로왈은 "레버리지가 덜한 경쟁사의 채권들은 BB나 B등급에서 7~8%의 금리를 제공한다"며 "뉴스에서 나오는 디폴트 소식은 대부분이 독특한 경우"라고 말했다.

크레인쉐어즈(KraneShares) CCBS 중국 회사채 고금리 채권 달러 지수 ETF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 상승했다. 달러표시채권 지수인 이 ETF에는 올해 들어 1천200만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역외 시장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역내 채권시장의 디폴트율은 1%를 크게 밑돌지만,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중국 자산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아서 라우 아시아 채권 헤드는 "중국 역내 채권시장의 디폴트율은 상승하겠지만, 이는 중국 내 장기적인 자산 분배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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