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올해 첫 50년물 입찰이 흥행을 거둔 요인으로 스트립 채권의 인기가 꼽혔다.

스트립은 투자자가 국고채 매입 시 갖게 되는 현금 흐름 중 이자(C-STRIPs)와 원금 부분(P-STRIPs)을 따로 떼어 낸 채권을 말한다.

1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실시된 국고채 50년물 경쟁입찰에서 스트립 원금을 찾는 수요가 상당했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스트립 수요가 최소 3천억 원에서 4천억 원 정도로 보인다"며 "스트립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입찰 전 이미 호조가 예상됐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기금이 매입한 스트립 원금 규모는 1천200억 원으로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발행액(5천930억 원)의 20% 수준에 달했다.

매수를 계획했던 일부 투자자는 낙찰 금리(1.970%)가 낮게 형성되자, 스트립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50년물 스트립 원금이 이처럼 인기를 끈 것은 자산 듀레이션에 대한 확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스트립 원금은 다른 국고채와 달리 따로 이자를 받지 않아 듀레이션이 더 길게 형성되고, 재투자 위험도 없다.

연합인포맥스 채권발행정보(4220)에 따르면 지난주 입찰이 실시된 50년물 스트립 원금 채권의 듀레이션은 48.6343년이다. 50년물의 듀레이션 31.2124년을 크게 웃돈다.

2022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부채에 맞춰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가 탐내는 이유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의 투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듀레이션이 가장 긴 스트립 채권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게 참가자들의 평가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50년 원금 수요가 가장 많다"며 "보험사들의 자금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규제 때문에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니 효과가 가장 큰 채권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지난달 중순 열린 장기투자자 협의회에서 50년물 발행을 계획보다 늘려달라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재부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다음 달 50년물 추가 발행에 나설지 주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주 50년 입찰 결과에다 시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3월 발행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발행 여부는 3월 국고채 발행계획 발표 시 공개된다.

C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기재부가 목표 물량을 당초 언급한 5천억 원 내외에서 5천500억 원으로 늘려 발표했고, 실제 발행은 이보다 500억 원가량 더 늘렸다"며 "기재부의 스탠스와 탄탄한 수요를 고려하면 3월 추가 발행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50년물을 격월로 5천억 원 내외 발행하고, 필요하면 3월과 9월에 추가로 찍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wr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