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의 롱 웨이(wrong way) 거래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지정학적 우려가 대폭 감소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사실상 역사점 저점을 찍는 등 역대 최강의 신용지표와 대외건전성이 무색한 실정이다.

지난해 4월과 6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도, 2017년 9월 북한의 제6차 핵실험으로 정점을 찍었던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외은의 롱 웨이 거래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외은들이 숏 포지션을 담아놓고 초이스 거래를 하면서 FX 스와프 포인트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지난주 일부 외은은 6개월과 1년 영역에 비드(매수 호가)를 내놓고도, 상대방은 외은으로 한정하겠다는 초이스 주문을 냈다.

현시점에서 달러를 공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셀 앤드 바이(Sell&Buy)를 로컬(국내) 은행과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거래 상대방의 계약불이행 위험이 커질 때 롱 웨이 리스크가 불거지는 데, 2017년 하반기에 외은의 급격한 포지션 조정으로 외환시장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당시 한반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친 설전 및 북한 핵실험에 지정학적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CDS 프리미엄 5년물은 수개월째 70bp대였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CDS는 줄곧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485)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CDS는 32.03bp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낮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지난해 CDS 하락 폭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컸다.

물론 2017년 하반기 이후 바젤Ⅲ 규정에 따라 외은 지점과 로컬 은행 간의 신용 한도 라인이 예전보다 축소되면서 외은 지점도 FX 스와프 거래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외은에 대해서는 롱 웨이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 거래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A 은행 스와프 딜러는 "특정 외은은 오전에 라인을 막다가, 고객 물량이 나오는 오후에는 아무 로컬도 다 거래가 된다고 한다"며 "미리 양해를 구하고 일관된 행동을 하는 곳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꾸준히 (거래 불가인) 배드 네임을 강조하면, 로컬 입장에서는 낮은 비드에 성급히 파는 경향이 있다"며 "숏 포지션을 가진 외은에는 아주 고마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요한 고객 물량은 어떤 식으로든 본사 승인을 받지만, 평소에는 철옹성처럼 리밋을 막는다"며 "시장 위상을 고려할 때, 상당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외은 딜러들은 또 롱 웨이 리스크를 고객들의 주문 응대에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 개선을 위해 굳이 본사에 요청에 신용 한도를 늘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B 은행 스와프 딜러는 "외은들의 고무줄식 행태는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러려니 하지만 외은과 로컬 간은 약간 민감하다. 원하는 가격에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C 은행 스와프 딜러는 "필요할 때만 한도를 풀고, 그렇지 않을 때 닫는 행태는 계속 있었다"며 "라인이 좋지 않은 곳일수록 외은 행태가 눈엣가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D 은행 딜러는 "최근 6개월(-7.00원)과 1년(-15.60원) 영역에서 계속 초이스니까, 로컬도 그 가격에 못 팔고 있다"며 "로컬은 5∼10전 아래에 형성된 종가에서는 물량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한·미 금리 차가 붙었고, CDS도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외국인 재정거래 유인도 작다"며, 거래 부진 탓으로 롱 웨이가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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