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올해 채용 전 과정을 블라인드로 진행한 결과 고려대 출신이 가장 많이 뽑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감원의 주류로 평가받는 서울대 상경계열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18일 연합인포맥스가 2019년 금감원 5급 신입직원 65명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고대 출신이 12명(18.5%)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은 각각 9명으로 스카이(SKY) 출신이 절반 가까이 됐다.

그다음으로 성균관대 6명, 한양대 5명, 한국외국어대·경희대 각 3명, 중앙대·서울시립대·서강대 각 2명 순이었다.

이번 채용에서 주목한 만 한 점은 서울대 출신 9명 가운데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이 단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울대 상경계 출신이 거의 전멸하자 금감원 임원들도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서울대 경제·경영학과 출신 입사가 줄고 비교적 다양한 학교 출신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벌주의와 연공서열이 만연해 있는 경제 유관기관은 파벌이 유독 심하다. 행정고시로 대표되는 기수 문화와 함께 서울대 경제학과와 법학과 등 특정 대학 학과 출신 선후배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

금감원도 예외는 아니다. 이헌재 초대 원장을 시작으로 진웅섭 원장을 제외한 역대 모든 금감원 수장들이 스카이 출신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주요 보직은 서울대 상경계열 출신들이 차지했다.

진 원장 시절 부원장 3명 모두 지방대 출신이 임명되는 등 비주류 출신 임원들이 대거 발탁된 바 있으나 최흥식 원장으로 바뀌자 다시 스카이 출신 중심의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헌 원장도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며 지난달 첫 임원인사에서도 14명의 임원 가운데 9명(64%)이 서울대 출신이다.

하지만 채용 비리 사건 이후 채용방식을 바꾸면서 밑에서부터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부터 입사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전부 배제하고 서류전형도 없앴다. 또 최종면접 전형까지 지원자의 성명과 학력, 출신 등의 정보를 일체 비공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최종 면접위원의 50%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청탁에 의한 합격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신입직원의 특정 대학·학과 쏠림 현상이 사라지고 이전보다 다양한 출신들로 채워졌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블라인드 채용과 필기시험을 도입하면 오히려 학교 편중이 더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대 상경계열 출신들이 면접까지 올라오는 확률도 줄었다"면서 "아직도 간부급 이상에는 서울대가 주류지만 점차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용 비리를 시작으로 금감원장 연속 낙마, 공공기관 지정 논란 등으로 지난 몇 년간 조직이 혼란스러워지면서 고스펙 출신자들이 금감원을 선호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몇 년간 상위직급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구조조정과 고액연봉 논란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금감원과 한은에 동시에 합격하면 한은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면서 "여전히 취업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이지만 업무 강도나 복지 수준 등에 따라 선택의 변화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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