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내달 재취업 제한 규정을 완화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감원 재취업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의 이직이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은 몸값을 높여 법무·회계법인으로 활발히 이직하고 있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오는 3월 4급 이상 직원의 퇴직 후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조직 쇄신을 위해 금감원 내 상위 직급을 축소하기로 했지만, 이로 인해 인사 적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라며 "재취업 제한 규정이라도 완화해 직원들의 이직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 직제는 1급 국장, 2급 국장·부국장·팀장, 3급 팀장·수석조사역, 4급 선임조사역, 5급 조사역으로 이뤄져 있다. 통상 입사 5년 차가 되면 4급을 달게 된다.

금감원 내에서는 재취업 제한 규정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상당했다. 30대 초반의 나이만 돼도 4급에 올라 사실상 민간 기업으로의 이직을 꿈꿀 수 없어서다. 또 4급 이상 직원은 금감원 인력의 약 80%에 달하는 만큼 금감원 조직을 비대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러한 재취업 제한 규정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대폭 강화된 결과다. 2011년까지만 해도 재취업 제한 대상은 금감원 2급 이상 직원에 한정돼 있었다. 재취업 제한 기간도 당시에는 '퇴직 후 2년'에 그쳤다.

금감원 노조는 재취업 제한 규정을 다시 완화할 뿐만 아니라 재취업 승인 절차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퇴직한 뒤에야 민간 기업으로의 재취업 승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재직 중인 상태에서 재취업 승인·불승인 여부를 확인하고 퇴사를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2012년에도 4급 이상 직원의 재취업 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에는 기각됐지만, 노조는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취업 제한 대상 기관은 올해 1만7천66곳으로 확정되는 등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됐고 금감원 인사 적체는 더욱 심각해지는 등 재취업 제한 완화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할 경우 모든 공공기관에 같은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또 일각에서는 오히려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보완해 재취업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감원 인력의 약 25%를 차지하는 변호사와 회계사들은 금감원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몸값을 높여 법무·회계법인으로 활발하게 이직하고 있어서다. 금감원 직원이라고 해도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면 법무·회계법인으로 이직할 경우 취업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감원에서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한 회계부정조사를 담당한 변호사는 최근 삼바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무려 12명의 변호사가 외부 로펌으로 이직했다.

이처럼 금감원 내 변호사들의 외부 로펌행이 이어지면서 변호사·회계사의 재취업을 더는 개인의 판단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경력을 쌓은 변호사들은 대부분 몸값을 높여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다"며 "전문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금감원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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