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으로 연일 랠리를 이어가는 증시와 달리 채권시장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어느 쪽이 맞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미국 CNBC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두 시장 중 하나는 틀리겠지만 현재로선 어느 쪽의 판단이 잘못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채권시장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질질 끌리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모두 사들이는 포지션이 우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해 12월 24일 저점에서 지난주까지 18%나 뛰기도 했다.

동시에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권 매수세도 강해지면서 채권금리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2월 24일의 2.82%에서 2.66%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과거에도 투자자들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적이 있으나 결국 한쪽이 틀린 것으로 판명나면서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에도 둘 중 하나만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호건 수석은 "채권시장이 증시와 다르게 현실을 바라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시는 미·중 무역 전쟁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 기조, 미국과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기반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반면 채권시장은 경제지표 흐름에 주목하고 있고 이를 비관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글로벌 자산관리의 비나이 판데 트레이딩 전략 총괄은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전에 증시와 같은 경제성장 전망을 공유할 때처럼 매매하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보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로 둔화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판데 총괄은 "현재 채권시장은 경제성장률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보다 1%포인트나 낮게 잡고 있다"며 "다만 이것이 채권시장의 장기 컨센서스라고 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채권시장 재보험시장처럼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보험사들은 지난 5년간 연속 허리케인 피해가 있었다면 6년째에도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고 보험료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판데 총괄은 "채권시장은 현재 이런 방식으로 약해진 경제지표에 대응하고 있다"며 "경기 위기를 이미 예상하거나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경기침체에 먼저 반응하는 것인데 이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체화(muscle memory)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는 상황에서 주요 경제지표는 다소 안 좋은 흐름이다.

최근 경제지표 중 투자자들을 가장 두렵게 한 것은 지난주 발표된 12월 미국 소매판매다. 소매판매가 1.7%나 하락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한층 강해졌다.

CNBC는 "소비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발표된 미시건대 소비자태도지수가 되살아난 만큼 소매판매도 다음 발표 때엔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MUFG유니언뱅크의 크리스 럽키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그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본궤도에서 이탈시킨다면 증시와 소비심리는 또다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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