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간 계약(Shareholders agreement)이란 회사의 지배구조, 운영, 지분 소유 및 처분 등에 관해 주주들 사이에 합의된 바를 규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통상 회사의 의사결정은 이사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대주주의 의사에 따르게 되므로, 소수 주주로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한 사항에 대해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결의 요건을 강화하거나 거부권(Veto right)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지분 가치를 보호하고자 한다(소수 주주가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항에는 통상정관의 변경,신주발행,소수 주주가 선임한 이사의 해임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소수 주주의 지분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가중된 결의 요건을 규정하거나 소수 주주에게 거부권을 부여한 경우 특정 사안에서 주주들 간의 의견이 대립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교착상태(Deadlock)라고 한다.

주주 간 계약에서 교착상태 해소방안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교착상태가 발생하면,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류한 채로 회사를 계속 운영하거나 회사를 해산하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착상태의 발생이 예견되는 경우라면 주주 간 계약에서 미리 그 해소방안을 함께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먼저 주주들 사이의 의견대립을 직접 해결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 중에는 주주들을 대표하는 고위임원들(Senior officers) 간의 추가적인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거나, 전문가나 독립한 제3자로 하여금 일정한 기간에 교착상태가 발생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거나, 동업 관계종료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일방 주주의 최종적인 의사에 따르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다. 외국에서는 이사회에서의 교착상태 발생 시 의장(Chairman)에게 추가의결권(Second vote)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되나, 우리나라 상법 해석상으로는 특정인에게 복수의결권을 주는 결과가 될 뿐 아니라 다수결의 일반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이와 달리 동업관계를 종료하는 형태로 교착상태를 해소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의 하나면서 상당히 가혹한 형태인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 방식이 있다. 이 경우, 일방 주주가 먼저 다른 주주에게 특정 가격으로 자신의 지분을 매수해갈 것을 청구하면 다른 주주로서는 (i) 그 청구를 받아들여 일방 주주 지분 전부를 매수하거나, (ii) 매수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일방 주주에게 같은 가격으로 자신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I cut, you choose" 방식을 따르게 되는데, 일방이 케이크를 자르면 다른 일방은 자신이 가져갈 조각을 선택하는 것처럼, 일방 주주가 지분의 가치를 결정하면 다른 주주는 그 지분을 살지 팔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영미에서는 이를 '샷건조항(Shotgun clause)'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교착상태 발생 시 모든 주주가 밀봉한 희망인수가격을 제출한 다음 가장 높은 가격을 제출한 주주가 해당 가격으로 나머지 주주들의 주식을 전부 매수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텍사스 슛아웃(Texas shoot out)' 방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분매각을 원하는 주주들이 많은 경우 텍사스 슛아웃에 대한 변형으로, 모든 주주가 밀봉한 희망매각가격을 제출한 다음 가장 높은 가격을 제출한 주주가 상대방이 제출한 매각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멕시칸 슛 아웃(Mexican shoot out)' 또는 '더치 옥션(Dutch auc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더치 옥션은 본래 최고 호가에서 출발하여 낙찰될 때까지 호가를 낮추어가는 방식의 경매를 지칭하는데, 교착상태 해소방안과 관련하여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더치 옥션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 해소과정은 당사자들에게 상당히 고된 작업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주주들로서는 다양한 형태로 창의적인 교착상태 해소방안을 설정할 수 있으므로, 주주 간 계약서 작성단계에서 교착상태 발생이 잠재적으로나마 예견되는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방안들을 참고하여 그 해소를 위한 명확한 규정을 두는 것이 거부권을 부여한 경우 효율적인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정윤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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