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최정우 기자 =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심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주관사의 역량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평가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주관사가 제출하는 '상장예비심사청구서'에서 밸류에이션 항목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상장예비심사청구서에는 해당 기업의 사업 내용, 재무제표, 감사인의 의견, 지배구조 등의 내용이 담긴다.

이번 조치를 통해 한국거래소는 밸류에이션을 전적으로 주관사의 책임에 맡기도록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주관사가 스스로 가치를 평가하고 공시하며, 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이슈가 수면위로 올라오며, 거래소도 홍역을 앓았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의 공정가치를 평가하면서 현금할인모형(DCF)을 적용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가이드북에는 'DCF 평가방법에 대해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의 검증 가능성이 작아 국내 IPO 평가방법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못함'이라고 명시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지원 이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거래소는 IPO 가격을 통제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가격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는 심사하는 기능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는 자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사후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코스닥 상장사 밸류에이션 심사 시 거래소가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며 "양식을 없애는 증권사의 자율성을 보장해 IB 역량을 확대한다는 상징성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시 고평가 우려는 어차피 시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며, 청약 등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공모가가 산정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심사청구서 내 기업 밸류에이션 항목 배제는 인수인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대하는 방향이란 점에서는 좋은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사전규제는 지양하되 사후제재를 강화해 주관사의 법적 책임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논의돼야 한다"며 "기업실사 강화를 위한 법적 구속력과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주관사의 기업 밸류에이션 전문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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