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자동차 손해율 악화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사업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10개 손보사의 순사업비는 12조1천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천905억원(8.9%)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 누적 사업비는 전년 한 해 사업비(13조7천818억원)를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 직원급여, 수금비용 등 보험사가 영업을 위해 쓰는 비용으로,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GA)에 지급하는 모집수당이 주를 이룬다.

사업비 지출이 해마다 급증하는 것도 보험사들의 고객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 때문이다.

특히 장기보험 등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계사 현금수당 출혈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GA는 한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GA 설계사가 자사 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당 지급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치아보험 시장 선점을 위해 일부 보험사가 기존 시책에 100~150%를 더해 지급하자 경쟁 보험사들이 대응 차원에서 150% 이상의 시책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서 보험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책을 500~600%까지 높여 무리한 영업을 벌이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과도한 사업비 지출로 과당경쟁을 벌인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3사에 경영유의사항 및 개선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의 시책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GA에 300% 가까운 시책을 제시하며 경쟁에 불붙이는 회사들이 있다"면서 "영업에 대한 내부 압박이 심한 데다, 금감원 경고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이에 개의치 않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과도한 사업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보장성 보험 계약 성사 후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를 몇 년에 걸쳐 나눠 받도록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업비 과다 지출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과도한 지출 경쟁은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사업비 지출은 모집질서와 회사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에도 역행한다"면서 "수수료 구조 개편 등 GA에 대한 과도한 사업비 집행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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