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2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약 일주일 앞두고 산업계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최근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해 산업 전반의 여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은행은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주력산업의 전문가를 초빙해 의견을 들었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경제동향간담회는 통상 민간경제연구소와 경제단체장이 참석해 경제 전반에 대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산업계와의 만남은 이례적인 행보다.

경제동향간담회는 한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주력산업의 여건을 점검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출은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가 21.4%로 가장 많은 부분이었다. 이어 석유화학이 20%, 자동차가 10.5%, 기계 9.6%, 철강 7.9%, 디스플레이가 4.1%를 각각 차지했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최근의 제조업 경쟁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에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조업 경쟁력 제고는 우리 경제의 생존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수출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진단이 제각각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통위원은 "통관 기준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반도체 가격과 유가의 영향으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 주요국 관세 인상을 앞둔 물량조정 영향 등 때문이다"며 조정 정도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금통위원은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출금액이 전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며 "조정국면에 있는 투자 관련 지표들도 단기간 내 회복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주력산업에서의 중국기업 경쟁력 강화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산업계 전문가와 행사를 개최하고 제조업 강화라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을 분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제조업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면 아무래도 경기회복 발목을 잡지 않겠냐"며 "한은의 이런 고민이 올해 당장 통화정책과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하방리스크를 높게 보고 있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동향간담회는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임승윤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염용섭 SK경제경영연구소장이 참석했다.

한국은행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 정규일 부총재보, 이환석 조사국장, 박종석 통화정책국장이 자리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