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지난해 말부터 3년 이하 단기채권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단기계정 운용환경도 악화했다. 단기채 금리 수준이 조달금리와 비슷해 물건을 담을수록 손해가 나는 데다 시장 방향성도 예측하기 어려워 운용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 차이는 5bp에 불과하다.

20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계정을 운용하는 시장참가자들에 따르면 일단은 금리가 방향성을 보일 때까지 현금 비중을 늘리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최근 3개월간 국고3년(빨강)·통안2년(파랑)·통안1년(분홍) 금리 추이>

단기채권 금리가 역전된 이유는 미·중 무역갈등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와 완화적인 글로벌 통화정책 기대 때문이다.

국고 3년과 통안 2년·1년 금리가 역전된 시기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캐나다 당국이 중국 통신기업인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면서 무역갈등 우려가 고조되는 때였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조성되며 금리가 급락했다.

올해 들어 주요국 통화정책이 완화적인 기조로 돌아설 조짐을 보인 것도 단기채 금리 역전 해소를 막는 요인이었다.

지난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향후 인상에 인내심을 보일 것이라며 시장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후 호주와 유럽연합(EU), 영국이 차례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인도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이 단기금리 역전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했지만, 운용환경이 어렵다는 데는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A 증권사의 RP 운용 딜러는 "올해가 최근 5년 중 가장 힘든 장 같다"며 "증권사 고객 북이나 운용사 단기 펀드 등 북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다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고 3년도 금리가 1.80% 수준이라 담을 물건이 없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매매를 유보하거나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될 때를 기다리며 소극적으로 포지션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B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부장은 "단기 RP는 역마진이다"며 "콜금리나 단기금리 수준이 비슷해 굳이 단기물을 보유하지 않고 현금 비중을 좀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내릴 것 같으면 4년 이상 중장기물을 보유하고, 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안 사고 좀 더 기다릴 것이다"며 "아직 좁은 박스권이라 방향성이 없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C 증권사의 RP 운용 딜러도 "시기의 문제지만,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될 때를 대비하고 있다"며 "짧은 채권들을 긴 물건들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차이는 얼마 안 나지만, 아무래도 듀레이션이 좀 더 긴 채권이 인하 기대가 생길 때 운용 여지가 많다"며 "당장은 3년 국채선물과 달러-원 환율을 지켜보며 변동성이 생기는 장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콜금리 같은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높아 견딜 만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D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아직은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다소 높은 수준이다"며 "하락 여지가 적은 3년물보다는 1년물을 비중을 늘린다"고 말했다.

그는 "RP 매도로 자금을 확보해 운용하는 펀드는 더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며 "그 자금으로 보통 1~2년 여전채를 주로 사는데 그동안 스프레드도 많이 줄어 추가로 얻을 이익이 캐리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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