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지난해 여름 미국 주요 자산운용사가 '수수료 제로' 인덱스 펀드를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작정 수수료가 저렴한 상품보다는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투자전략이 세밀한 펀드를 선호하는 흐름이 읽힌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펀드정보 제공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피델리티 자산운용이 지난해 여름 수수료가 없는 뮤추얼펀드를 출시하며 이목을 끌었지만 이후 미국 대기업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의 전반적인 수수료는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이 300개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연례 설문조사에선 일부 분야에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는데 펀드 수수료만큼 투자실적도 중요하게 따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소 지난 6년래 처음이었다.

신문은 수수료에 민감한 패시브 펀드 투자자조차 극심하게 요동치는 시장에선 변동성을 최대한 누그러뜨리거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에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할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블랙록의 로버트 카피토 사장은 지난주 콘퍼런스에서 "솔직히 내가 보기엔 수수료 전쟁은 이제 끝났다"며 "현재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아이쉐어즈' 시리즈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해 4분기 새로운 수수료 인하 없이 기록적인 자금유입을 만끽했다. 블랙록이 아이쉐어즈 시리즈의 수수료를 깎은 것은 8개월 전이 마지막이다.

WSJ은 지난 10년간 이어진 패시브 펀드의 수수료 인하 흐름이 정체됐다는 것은 이제 충분히 저렴한 지점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BBH의 숀 맥닌치 글로벌 ETF 상품판매 총괄은 "5년 또는 10년 전엔 패시브 펀드는 가격이 전부였다"며 "하지만 후발주자들이 더 세련된 전략으로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고 투자자들도 수수료가 합당하면 기꺼이 내겠다는 입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전쟁은 패시브 펀드 시장에선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여타 펀드 시장에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특히 액티브 펀드와 채권 펀드, 신흥시장 펀드에서 수수료 인하 전쟁이 한창이라고 모닝스타는 전했다.

수수료와 더불어 거래 수수료, 자문료 등의 비용 또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주 주요 자산운용사인 찰스 슈바프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자신들의 중개 플랫폼에서 무료로 거래되는 ETF의 수를 두 배로 늘렸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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