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 칼럼>'외화내빈' 씁쓸한 한국경제
<이장원 칼럼>'외화내빈' 씁쓸한 한국경제
  • 승인 2019.02.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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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월 현재 4천55억달러다. 작년 11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 8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경제 강국이다. 달러가 부족해 IMF에 손을 벌렸던 20년 전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나라의 곳간이라고 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외벽이 튼튼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IMF 같은 위기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 증가세의 밑바탕엔 경상수지 흑자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1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IMF 위기가 온 게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더이상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러한 지표를 반영해 국가신용도를 나타내는 한국 국채(5년물) 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저수준이고, 주요 신용평가사가 매긴 국가신용등급은 'AA'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외적인 지표는 나무랄 데 없이 좋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용, 내수, 경제상장률, 가계부채 등 내부에서 곪아 터진 이슈가 많다. 1월 실업률은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업자는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은 최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4월부터 감소로 전환했으며 갈수록 감소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자영업이 몰락하면서 이 분야의 일자리도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과 최저임금으로 인한 비용 증가 여파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지적이다. 고용의 불안은 내수의 침체를 가져오고 우리 경제침체의 악순환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은 잘되고 대외지표도 건전한데 내부지표는 최악을 달리는 모순적인 현상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기업실적도 마찬가지다. 수출기업은 반도체 회사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으나 유통, 소비재 등 내수업종은 침체에 빠져 있다. 기업실적의 양극화는 우리 경제의 외화내빈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병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국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할 때다. 연간 수출 6천억달러 달성과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는 자화자찬에 환호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당장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개인의 소득은 줄어드는데 국가적 영광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14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늘어난 기업들의 이익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활성화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두 얼굴을 가진 우리 경제의 해법은 과연 무엇인가. 국가경제는 순항하는데 개인의 경제생활은 궁핍해지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길은 무엇일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오히려 개인들은 빚만 늘어나고 허리띠는 계속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건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겉은 화려한 국가 경제와 달리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는 민생경제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몇십 년째 누적돼 내려오는 우리 경제구조의 틀을 바꾸는 게 절실하다. (산업증권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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