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이민재 기자 = 현대오토에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 가운데 이번 상장과정에서 구주매출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구주매출 방식으로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현대오토에버, 구주매출 비중 90%…정의선 부회장 경영승계자금 마련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신주 모집(34만7천580주)과 구주 매출(316만2천420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공모를 진행한다.

현대오토에버의 공모 주식수(351만주) 중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 실제 구주매출 비중은 90.1%, 신주 모집 비중은 9.9%다.

구주매출 규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201만주, 현대건설 45만6천700주, 현대엔지니어링 13만480주, 현대스틸산업 6만5천240주, 레졸루션얼라이언코리아 50만주 등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물량은 전체 구주매출의 63.6%를 차지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가 최하단 기준으로 804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 최상단 기준으로는 884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향후 경영권 승계에 쓰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등 핵심계열사 지분을 적게 보유하고 있는 탓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순환출자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변동현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4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 등이다.

이 중에서 핵심 순환출자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다. 이에 힘입어 총수일가는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기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는 총수일가가 아니다. 기아차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6.96%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분은 없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할 자금 마련해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20조3천449억원에 달한다. 자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내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알짜인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어내면 현대모비스 몸집이 작아진다. 총수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기도 수월해진다.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 모듈·AS부품 사업과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이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혜택을 볼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많이 들고 있다"며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이 회사들을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지렛대로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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