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GDP 성장률의 차이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성장률의 내림세는 체감경기의 부진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명목 GDP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1%로 실질 성장률인 2.0%에 근접했다.

명목과 실질 성장률 격차는 2017년 3분기 3.7%포인트까지 확대했다가 이후 격차가 급격하게 줄었다.





<최근 5년간 전년 대비 명목 GDP 증가율(파랑)과 실질 GDP 증가율(분홍)>





명목 성장률과 실질 성장률의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은 낮은 물가 상승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질 GDP는 기준연도(2010년)의 가격으로 평가한 재화와 생산량의 가치다. 반면 명목 GDP는 기준연도가 아닌 당해 연도의 가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가의 변화를 반영한다.

명목 성장률에 반영되는 물가를 알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아닌 GDP 디플레이터를 봐야 한다. 명목 GDP에는 CPI에 포함되지 않은 수출 물가 등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GDP 디플레이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0.116%에 불과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DP 디플레이터는 수출 물가도 포함한다"며 "작년 하반기 수출 물가가 하락해 (GDP디플레이터가) CPI보다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를 나타낸 바 있다.

명목 GDP 하락은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경기가 부진한 이유를 일정 부분 설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명목 GDP는 (실질GDP보다) 실생활과 더 근접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명목 GDP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체감적인 경기도 그렇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과거처럼 물가 상승률이 높은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명목 소득이 낮아진다면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쨌든 경기는 실질 GDP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작년 전체 명목 성장률이 3% 내외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2019년도 제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이 외환위기 기간인 1998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인 3% 내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금통위원은 "주가나 채권금리와 같은 금융지표의 부진은 낮은 명목 성장률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금융시장에서 (경제를) 보는 눈은 점점 더 비관적"이라며 "그래서 4분기 GDP 호조에도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시장은 경기 둔화를 인정하고 기준금리 1회 인하를 (금리에) 반영했지만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둘 중 하나는 틀렸을 테니 검증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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