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합의안에 '위안화 가치 안정화'의 명문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중국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 사항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위안화 가치를 안정화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위안화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균형 수준에 유지하겠다고 공언해 온 중국 당국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으며, 중국 측이 수락할 만한 조건이라는 해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켄 청 틴-타이 미즈호은행 아시아 환율 선임 전략가는 중국 당국은 오랜 기간 동안 '위안화의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균형 상태'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면서 "중국 측 시각에서, 이(위안화 안정 명문화)는 받아 들일만 하다"고 SCMP에 전했다.

그간 중국 당국은 위안화가 특정 수준 이하로 절하되는 것을 방지해 왔으며 미국의 요구는 이 같은 중국의 입장에 합치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은 매 영업일 고시되는 기준환율 책정과 간접적 개입 등을 통해 위안화의 가치에 개입해왔다.

특히, 지난해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이하로 떨어지는 '포치'를 방어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대비 위안화의 가치는 지난해 4분기 10여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비교적 강세로 돌아선 상태다.

다만, 미국 측이 중국은 이미 위안화의 가치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균형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중국이 관세 타격을 흡수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전략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무역협상 합의안에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중 양측은 무역협상 양해각서(MOU)에 이 내용을 포함하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고, 구체적인 문구를 논의 중이다.

한편,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절하를 통해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 아태 선임 전략가는 만약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 대비 25% 절하시킨다면 관세 부과에 따른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에브리 전략가는 현재 중국 당국은 위안화가 지나치게 절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맞서 위안화를 대거 절하하는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2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위안화 환율이 무역분쟁에 대처하는 도구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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