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코스닥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을 늘리면서 리픽싱(refixing)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픽싱 전환권 대가가 부채로 인식됨에 따라 기업 밸류에이션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전환사채 발행액은 5조4천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5.7% 증가했다.

주식관련사채 발행 공시도 전년대비 40% 가까이 증가한 1천313건이었다.

메자닌과 같은 단어로 통용되는 주식전환사채는 CB와 BW처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다.

주식 전환 시 기업 주가에 따라 전환가를 재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건이 부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리픽싱 조건이 부여된 경우 전환권 대가가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 기업은 부채 비율이 상승한다.

또한 주가가 상승한 경우 전환권 가치가 상승해 그 차액을 파생상품 손실로 처리해 현금유출이 없음에도 기업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한해에만 거래소에 공시된 파생상품거래손실 발생 건수는 24건이었다"며 "파생상품평가손실 금액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공시하게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주식전환사채 발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에는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에 따라 CB발행이 탄력을 받았다"며 "전환권 조정에 의한 파생상품거래손실 발생 기업은 코스닥 기업이 대부분으로 코스피 기업은 4건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올해에도 주식전환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기준 코스닥 기업의 신규 CB·BW 발행공시는 40여건에 달한다.

리픽싱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주가 하락으로 리픽싱이 이뤄질 경우 전환가는 낮아지지만 신주 물량이 증가해 기존 주주 가치가 하락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리픽싱 횟수에 제한이 없어 지난해와 같이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리픽싱 약정에 따라 전환가액 조정이 1~3개월 단위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리픽싱 건수 확대로 전환가액이 계속 하락할 경우 신규 상장하는 주식수가 증가해 기존 주식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전환사채 발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단순 밸류에이션 지표뿐 아니라 기업 실적과 부채 비율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 종목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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