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방채 투자실패 뒤늦게 밝혀져…워런 버핏의 버크셔도 연관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복잡한 지방채 파생상품에 투자한 여파로 약 16억달러(약 1조8천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각) 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도이체방크가 단일 투자로 입은 손실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며 지난 10년래 글로벌 은행업계에서 발생한 투자 실패건 중에서도 가장 큰 액수 중 하나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는 지난 2007년 500개의 미국 지방채에 약 78억달러를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들 지방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학교들과 푸에르토리코 공공기관 등이 포함됐으며 도이체는 전문적인 채권보증회사들(모노라인)과 보호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도이체 내부에선 이들 채무자와 모노라인이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고 2008년 3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추가로 디폴트(채무불이행) 보호 계약을 맺었다. 도이체는 신용부도스와프(CDS)까지 섞인 복잡한 파생상품의 원금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버크셔에 최대 1억4천만달러를 지불했고 해당 투자건을 내부적으로 '버크셔 트레이드'라고 불렀다.

문제는 이 정도 보호장치로도 방어가 안 될 만큼 지방채 포트폴리오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3년 후 도이체 내부에선 해당 채권과 파생상품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2011년 말까지 회사는 잠재적 손실에 대비해 1억1천500만달러를 대손충당금으로 마련해뒀다. 도이체의 재무감사인 KPMG는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으나 도이체는 2011년 12월 14쪽짜리 백서를 발간하며 KPMG를 안심시키려 했다.

WSJ은 해당 백서를 직접 확인한 결과 "도이체는 시장을 충분히 조사했고 지방채 가격의 회복 가능성과 디폴트 확률을 제대로 추산했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백서에선 그렇게 밝혔지만, 도이체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결국 2012년 초 도이체는 내부 감사를 시행했고 일부 경영진은 해당 포트폴리오를 아예 트레이딩 북에서 덜어내 대출 및 미수로 재분류하려 했다.

이 같음 움직임은 도이체의 법무 및 재무 부서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해당 포트폴리오에 대한 내부 인식은 이미 내놓은 자식과 다를 바 없었던 셈이다.

이후로는 지방채 포트폴리오의 손실액 재평가와 충당금 증액의 연속이었다.

2012년 가을 내부에서 해당 투자의 가치 산정이 완전히 틀렸다는 분석이 새롭게 나왔고 도이체는 충당금을 1억6천100만달러로 늘리는 동시에 배드뱅크를 세워 이 채권들을 모조리 넘겨버렸다. 2013년엔 버크셔가 보호하기로 한 약정액이 도이체의 채권평가액보다 약 10억달러나 부족하다는 재평가가 나오면서 충당금이 5억7천9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이 충당금은 2016년 초 마침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리스크 담당자들은 그것마저 충분하지 않다고 경영진에 다시 우려를 표했다.

도이체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2016년엔 해당 포트폴리오를 청산하고 버크셔와의 보호 계약을 해지할 경우 최대 7억6천800만달러가 추가로 든다는 내부 추산이 나왔지만 별도의 내부 메모에선 시장 여건에 따라 거기에다 1억달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이체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해당 포트폴리오를 청산한 것은 2016년 여름이었다. 당시 도이체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크라이언은 당시 2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지방채 포트폴리오를 말끔히 청산하라고 지시했고 실적 콘퍼런스에서 이 거래를 흘리는 식으로 언급만 했다.

그는 "7월 초 우리는 특히 오랫동안 이어진 복잡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청산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손실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버크셔는 2016년 8월 500개의 지방채에 대해 8년 동안 이어졌던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끝내며 1억9천500만달러를 지불한다고 밝혔으나 거래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WSJ은 "도이체는 해당 투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투자자에겐 자산이 건전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감추기 급급했다"며 채권 손실액은 공개하지 않은 채 수십억달러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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