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당당하고 세입자들은 전전긍긍하며 집을 비우고 경매가 진행되면 돈을 못 받는 사례가 태반입니다. 깡통전세로 임차인은 보증금을 못 받고 집주인은 벤츠를 끌고 다닐 수 있는 법이 제대로 된 법입니까"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역전세난을 우려하는 임차인들의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청원인은 최소변제액을 근저당 설정금액이 아닌 모든 금액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청원인은 전세라는 제도를 악용해 필요치 않은 주택으로 돈을 벌겠다는 행태를 없애야 한다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달라고 말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역전세난은 무리해서 집을 산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라며 "이 상황에서 임차인이 보호받으려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 확산된 지나친 역전세난 우려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전면적인 의무화에 대해 우려도 없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라면 보증보험이 필요하겠지만 경매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는 경우 임차인이 경매 신청을 해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된다"며 일괄적인 의무화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했다.

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집주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시기적인 단점을 이용한 주택담보대출 사기가 늘고 있다며, 전월세 보증금 관리를 국가에서 해 달라는 청원도 보인다.

보증금 규모가 큰 전세계약에 부동산 거래대금을 거래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관하도록 하는 에스크로제도를 도입해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매매가 1억원인 집이 7천만원짜리 전세로 임대됐을 때 임대인이 보증금 30%인 2천만원 정도를 금융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임대차 계약 시점부터 입주 완료 때까지 보관하는 에스크로제도를 시범 실시한 바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금융기관에 맡기도록 하면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고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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