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소득분배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일자리 상황이 계속해 악화하는 '고용 참사'에 이어 빈곤층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들의 지갑은 더욱 두툼해져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는 '분배 쇼크'가 동시에 발생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보다 17.7% 급감했다.

이에 반해 소득 최상위 계층(5분위)의 명목소득은 10.4%나 늘었다.

1분위(123만8천200원)가 7달 반을 일해야 5분위(932만4천300원)의 월평균 명목소득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소득 격차는 벌어졌다.

이처럼 최상위와 최하위 가계의 명목소득 차이가 벌어지면서 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확대됐다. 4분기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였다.

그만큼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빈곤층인 1분위의 소득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무려 36.8% 급감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일해서 얻는 소득인 근로소득이 이처럼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1분위 소득감소가 최근의 고용 악화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작년 4분기 고용상황을 보면 1분위의 종사 비중이 높은 임시직이 17만명이나 감소했다.

1분위 가계의 무직자 비중은 2017년 4분기 43.6%에서 작년 4분기에 55.7%로 12%포인트(p) 넘게 급증했다.

최소한의 생활을 하기 위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줄면서 절반 넘게 일을 못 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다.

특히 차하위 계층인 2분위에 속한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1분위로 추락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분위의 자영업자 비중은 1년 전의 13.7%에서 15.9%로 2%p 넘게 증가했다. 2분위는 24.4%에서 19.3%로 5%p 가까이 낮아졌다.

그나마 벌이 사정이 나은 2분위 내 자영업자들이 1분위로 주저앉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수 경기 악화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1분위는 근로소득이 급감한 데다 사업소득 역시 8.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치다.

다른 가구나 정부 등으로부터 받는 소득인 이전소득은 11.0% 증가했는데, 사실상 정부의 재정 등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정부 등의 지원이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은 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은 되지 못한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높여주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이 되레 취약·빈곤층에 직격탄으로 돌아온 셈이다.

결국 소득 양극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도 일자리와 연관돼 있다.

작년 4분기 가구당 취업자 수를 보면 1분위는 0.64명에 그쳤다. 1년 전보다 무려 20.9% 급감한 수치다. 이에 반에 5분위는 2.07명으로 2.4% 증가했다.

1분위 근로소득이 36.8% 급감하고, 5분위 근로소득이 14.2% 증가한 것을 보더라도 일자리와 소득 간 연관성이 깊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이 몰려있고 임시직 등의 종사 비중이 높은 1분위에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직격탄이 된 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 피해 당사자로 꼽히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이미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철회하고, 동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물론 소득 격차가 늘어난 데는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구조적 문제도 거론된다.

작년 4분기 5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무려 52.9% 급증했다. 1분위의 28.5%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많다.

공적이전소득은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등을 말하는데,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들이 많아지고 특히 5분위가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체 소득 격차를 더 벌리는 효과로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분배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정책의 집행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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