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2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을 품는 시나리오는 어떻게 나왔을까.

21일 금융당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내부적으로 대우조선 처리방안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지난 1999년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들어간 대우조선이 이제 민간영역에서 자리 잡을 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산업은행이 지원한 유동성만 7조원이 넘었다. 대우조선을 두고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타이밍은 좋았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7년 영업이익 7천330억원, 당기순이익 6천458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 2016년 1조5천300억원의 영업손실, 2조7천895억원의 순손실을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히 '턴 어라운드'한 셈이다. 2018년에도 3분기까지 대우조선은 7천50억원의 영업이익, 1천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정부를 포함해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은행 안팎에서도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산업은행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고, 조선업이 주력인 현대중공업그룹에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이때 직접 나선 것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이 회장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과 만나 조선업계 재도약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고, 작년 9월부터 양 기관은 본격적인 대우조선 M&A를 위한 팀을 꾸렸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에게, 현대중공업그룹은 권 부회장과 가삼현 대표가 깊숙하게 관여했다. 권 부회장과 가 대표는 모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삼일PwC와 김앤장법률사무소, 산업은행은 삼정KPMG와 법무법인 태평양을 자문사로 선정해 비밀리에 협상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극소수만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지난 1월 말까지도 협상과정이 외부로 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보가 유출되면 대우조선 M&A는 바로 '중지'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번 M&A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현물출자 방식의 매각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물적 분할로 조선 부문을 뗀다. 존속회사인 조선통합법인에 현대중공업이 자회사로 들어가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57%를 조선통합법인에 현물로 출자하고 조선통합법인의 지분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조선통합법인은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고, 산업은행은 조선통합법인의 2대 주주로 오르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서도 당장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대신, 최대 2조5천억원의 자금을 대우조선에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르면 내달 8일 이러한 방식을 골자로 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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