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부분 '부정적' 평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2위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인 판단이 잦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요 전문가의 진단이다.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과 관련, 법률 자문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내부적으로 10곳 이상의 경쟁당국에 제출할 심사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는 일정 수준의 매출액이 발생하면 심사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국가라도 세계 1위의 조선사가 2위를 품는 것인 만큼 강제로 직권조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대우조선이 매출을 거두는 국가라면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주요 경쟁당국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을 합친 단순 시장 점유율로 경쟁 제한성 심사를 벌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선종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회사의 선박 시장 점유율(수주잔량 기준)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21.2% 수준이지만, LNG선으로 한정하면 59.5%에 달한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도 60.2%에 이른다. 이 부분이 두 회사의 기업결합 승인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국에서의 심사가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대우조선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없다.

대우조선 관계자도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중국 쪽 선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이 자국의 조선산업 보호를 목표로 최근 기업결합 심사에서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의 인수를 추진하려다 중국 경쟁당국의 불허로 무산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는 "어느 측면으로 봐도 퀄컴의 NXP 인수는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미국과 무역 전쟁에 돌입한 데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조선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10위권 가운데 중국 조선사만 3곳에 달한다.

중국 조선사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이 주력으로 VLCC, LNG선 등 고수익 선박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에 밀리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1, 2위 조선사가 합쳐지면 VLCC, LNG선 부문에서 기술격차가 커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선사 간 다양한 인수ㆍ합병(M&A)을 독려하는 일본 입장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가 달가울 리 없다. 일본은 과거 대우조선이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최근 한ㆍ일 양국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는 "중국을 제외하고도 유럽과 미국에서도 쉽게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기업결합 심사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다른 로펌의 파트너도 "글로벌 딜인 만큼 쉽지 않다"면서 "낙관적으로 봐도 올해 안으로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1곳의 국가에서라도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해당 M&A는 무산된다고 보는 게 옳다"면서 "물론, M&A를 불허를 결정한 시장을 포기하면서 강행할 순 있겠지만, 해당 국가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달 8일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본격적인 기업결합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