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들어 실적을 회복하고 있는 국내 면세업계가 중국의 전자상거래법 등 규제 강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발효된 영향으로,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수요에도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25일 "중국의 전자상거래법 도입 등으로 올해 따이공 수요가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며 "중국의 규제 방향성을 예상하기 쉽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에 연일 호황을 누린 국내 면세업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급격한 실적 악화를 직면했다. 지난 2016년 3천301억원 수준이었던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25억원으로 99.2% 급전직하했을 정도였다. 중국이 지난 2017년 3월 '한국 관광 금지령'을 시행하는 등 사드 보복을 본격화한 탓이었다.

이후 중국 '따이공'들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국내 면세점들의 실적도 만회되는 흐름을 보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 2천281억원의 영업이익을 쌓았다. 결국 사드 여파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의 후발 주자들도 이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사업 개시를 결정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중국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여파를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앞으론 중국의 개인 구매대행 사업자인 따이공들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 면세점을 활용해 제품을 구매한 뒤 중국에 차익을 남긴 채 판매했던 그간의 모델이 기존 방식대로 지속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증권사 관계자는 "규제 범위나 강도에 대해서는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당분간 이들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업계에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내용이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에 의존하는 국내 면세업계의 사업구조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면세업계 또한 중국의 규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 발표 직후인 1~2월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정부의 조치를 예상하기 어려운 탓에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39만2천81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7%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면세점협회는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1조7천116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규제 강화에도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썼다.

중국 춘제와 밸런타인데이 등이 겹치면서 1월 면세 매출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아직은 전자상거래법 발효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2월 들어 오히려 따이공 수요가 더욱 살아나는 등 아직은 규제의 영향을 받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큰 규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업계 전체가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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