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을 건다는 생각으로 이번 매각에 임해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 확률 50% 넘어

노조, 일방적 주장ㆍ과격행위 자제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 "이번이 대우조선 매각의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번을 놓치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에 또 20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 매각은 기대효과가 너무 크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회장직을 내놓을 생각을 하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선산업의 수주상황이 작년에 좋아졌고, 올해가 좋아질 것 같은데 시장 상황이 좋은 만큼 매각 적기라고 생각해서 작년 여름부터 돌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우조선 매각은 구조조정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구조조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4차산업에 대응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며 "대우조선도 과거의 구조조정에 얽매일 게 아니라 스마트십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번 매각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우조선이 지난해 흑자로 전환됐다고 안심할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 ' 조선산업 침체 끝났다' 이런 말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대우조선은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상태이고 약간의 변동요인만 있으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의 걸림돌로 노조 등 지역사회의 반대, 해외 경쟁 당국의 불승인 등을 꼽았다.

그는 "(현대중공업그룹 + 대우조선) 시장점유율이 20% 되는 것이 금지 대상인지 아닌지, 선종별로 시장 구획의 문제로 볼 것인지, 그리고 그게 고객(선주)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가 중요한 요소다"며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승산이 50% 넘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날 4시간 파업을 단행한 대우조선 노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 회장은 "비즈니스에는 상대방이 있고 일방적인 요구는 지양했으면 한다"면서 "(노조가 우려하는) 인력 주조조정에 대해서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총고용을 보장한다면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노조는 무엇을 해줄 수 있나"고 했다.

이 회장은 "노조도 기업 정상화에 중요한 당사자, 수동적으로 협상에 임하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가 주인의식이 없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 데 그런 협상은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러 리스크가 있지만, 매각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한 번은 해봐야 할 일"이라며 "그런 시도도 안 해보고 저기 '무서운 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지 마'라고 하며 지지부진 깔고 앉아 우리 조선산업이 다음 20년을 가야 하나. 그건 아니다"고 항변했다.

여러 변수로 대우조선 M&A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아직 플랜B가 뭔지, 밝히기에는 시기상조이고 현재는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플랜A가 절실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해서 성사를 위해 각계각층을 설득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근에 사의를 표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내달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퇴진할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의 후임은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 사장과 정 사장의 역할은 끝났고, 새 시대에 새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라며 최근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회장이 IT 전문가라는 점을 사례로 내세웠다.

그는 "발상 전환으로 앞으로 가야 한다"며 "해운업도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형화주와 시스템을 맞춰서 가고 혁신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전문 자회사 'AMC' 출범은 늦어도 올해 초가을에 이뤄질 것으로 봤다.

그는 "전문적인 팀이 관리, 운영, 매각까지 일관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관리하는 기업이 AMC로 이관되고 산업은행은 미래지향적 업무, 글로벌 업무,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다시금 "AMC의 취지는 회계를 보는 팀, 사업을 보는 팀, 매각을 전담으로 하는 팀 등 전문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순환보직이 아니라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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