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주주제안을 제시한 데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첫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다음 달 22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사외이사 후보 5명(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을 추천하고 주당 2만원대의 배당 등을 의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이날 내부 검토를 거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관련 주주제안에 대해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인정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각 후보자의 경력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해 상충 등의 우려가 있어 반대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엘리엇은 또 현대차에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천967원의 배당도 요구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본 제안에 대해 "현시점에서 회사의 투자확대 필요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안건"이라며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차는 "그럴 경우 배당 총액이 약 4조5천억원으로 지난 5년간 회사의 배당 총액을 상회한다"며 "우선주 배당금까지 고려할 때 배당 총액이 약 5조8천억원으로 증가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큰 폭으로 넘어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대차는 이날 전년도와 같은 수준인 보통주 1주당 3천원을 기말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키로 결의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등 2명을 선임하자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현대모비스는 다른 이사회 추천 후보를 선택했다.

현대모비스는 "추천위에서 사외이사로 추천한 후보들이 미래차 부문의 경영 및 기술 분야와 투자·재무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이라는 판단에 따라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11인 이하로 변경해달라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서도 "회사의 규모, 사업구조, 이사회 내 위원회의 운영, 사외이사의 전문성에 대한 효율적 활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이사 수가 가장 최적화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보통주 1주당 2만6천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천449원 등 총 2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한 데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현대모비스는 약 3조5천억원 수준의 안전현금 보유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고, 앞으로 3년간 4조원 이상의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지난해 주당 3천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천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사 선임과 배당 확대 등을 두고 주총에서 엘리엇과의 첫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 지분 3%와 현대모비스 지분 2.6%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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