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신의 직장이요? 옛날에나 그런 말이 있었지 요즘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여의도에서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는 물론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주요 기관과 빗대도 '신의 직장'으로 꿀리지 않던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신입직원의 행보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신입직원 47명을 공채로 뽑았는데 그중에서 금융결제원으로 옮겨가는 직원이 생겼다.

달랑 한 명의 신입직원이 옮겨갔을 뿐이지만 거래소 직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다르다.

지난해에도 두 명의 직원이 한국증권금융으로 옮겨간 바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직원들은 처음 직장에 입사하는 새내기 직원이 뭘 보고 옮겨갔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직 배경으로 연봉 수준이 기본적으로 거론된다.

한국거래소 신입직원 초봉은 4천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기준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495만6천원으로 주요 기관 대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평균 근속연수도 17.6년으로 길다.

하지만 거래소 직원들은 과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연봉 인상률이 그리 높지 않았고, 복지혜택이 축소되면서 '신의 직장'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고 얘기한다.

지난해 실시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공개되면서 가족수당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상 복지혜택이 과거만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근무 조건은 신입 직원들의 이탈 배경 중 큰 요인이 됐을 것으로 봤다.

한국거래소는 한국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와 더불어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일주일에 1~2차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근무하거나 아예 부산에서 근무해야 하는 점에 부담이 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를 떠난 신입직원 몇 명이 선택한 금융결제원, 한국증권금융은 거래소만큼 연봉수준이 높으면서 당국이나 외부 기관의 제약이 별로 없어 '숨겨진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다.

거래소 직원들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신입직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몇몇 직원의 이탈을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짚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거래소는 여전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거래소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과 같은 날 시험을 치른다. 이른바 '금융공기업 A매치 데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나 증권금융, 금융결제원은 A매치 데이와 다른 날 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 복수 합격한 직원이 거래소 대신 증권금융이나 금융결제원을 선택한 사례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한국증권금융 사장 출신이다.

정 이사장은 거래소로 옮겨오면서 연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입 직원이 가고 사장이 옮겨왔지만 증권유관기관으로의 직원 이탈은 사실상 거래소 직원들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이들의 우려는 연봉 차이, 근무 여건 차이, 복지 혜택 차이를 넘어선다.

외부 기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눈치 보기가 심한 거래소의 위상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 인사 적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알려진) 신의 직장'과 '숨겨진 신의 직장'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잘 아는 거래소 직원들이 한숨 쉬는 대목이다. (산업증권부 정선영 차장대우)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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