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갈등의 종결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양 정상이 자칫 '쉬운 합의' 수준에서 만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약한 무역 합의'에 만족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트럼프 정부의 자문, 전문가 및 정치인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무역 전쟁에 따른 뉴욕증시 하락과 정치적인 불안정을 우려한 트럼프가 만족하지 못할 만한 수준의 무역협상에 동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기술이전과 합의 집행 등 일부 이슈에 대해 의견 불일치를 보인다는 점이 알려진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무역협상에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자문을 제공한 바 있는 데렉 시저스 미 기업연구소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월 증시 하락 우려가 본격화하자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봉합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시저스 전문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현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종 합의안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 온 구조적인 개혁 및 불공정 관행의 척결 방안 등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중국의 미국산 상품 대규모 수입과 부시, 오바마 등 전직 미 행정부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지킬 수 없는 약속'들로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직 미국 정부의 무역 관료였던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에이미 첼리코 대표는 최종 협상 타결이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의 정상회담으로 귀결된다면, 협상의 결과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 간 저녁 만찬이나 종일 회담을 하는 것은 협상 측면에서 좋은 전략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 간 정상회담은 통상적으로 '행동 이행'(action-forcing) 이벤트로 활용되고, 무역협상과 같은 까다로운 이슈에 대해서는 보통 정상이 회동하기 전 선임 관료들이 세부적인 협상안을 미리 타결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첼리코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원하는 수준의 개혁과 개방을 강조하는 대신, 협상 타결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미국이 '반쪽짜리' 협상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합의를 타결하고, 마러라고에서 이를 발표하기로 이미 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이 합의에 미국의 노동자와 경제가 공정한 시장 원칙과 노동자의 권익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중국경제의 오래된 문제들을 다룰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고 싶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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