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리 연준이 달라졌어요'라 할 만하다.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과 1월에 확실히 달라졌다.

연준은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매'에서 '비둘기'로 변신했다. 연준을 바라보는 월가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연준이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17개 주요 기관 가운데 올해 정책금리를 1회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월가 투자은행(IB)은 작년 말 0개에서 9개로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회보다는 2~3회에 많이 몰려있었다. 올해 들어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소시에테 제네랄도 등장했다.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 반영하고 있는 올해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횟수는 0.1회로, IB보다 더 빠르게 변했다.

문제는 연준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물음표만 가득 남겨줬다는 점이다.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방향의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거의 무력화시키더니, 1월 회의에서는 아예 성명서에서 이를 삭제했다.

연준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금리 결정에 인내(patient)하겠다는 말뿐이다.

지표 의존적인 정책 결정이 강조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얼마나 오랫동안 중단될지, 아니면 인상 사이클이 일단락된 것인지 불투명하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사라진 지금,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경로를 가늠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 결과 한동안 잊혔던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통화 정책 준칙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통화 정책 준칙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목표 수준이나 잠재수준 대비 격차를 반영해 적정 정책금리 수준을 도출하는 산식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거나 실업률이 하락하면 금리 인상을 처방한다.

연준은 2004년부터 정책 결정 시 참고자료로 이를 활용한다.

다만 이들 준칙이 중립금리, 잠재실업률 등을 측정하는 데 불확실성이 있다. 준칙이 반영하지 못하는 고려사항이 있는 데다, 준칙마다 제시하는 처방이 달라 한계가 있다.

이미 2.25~2.5%인 연준의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범위 하단에 도달한 만큼 중립금리 등을 제외하고 지표 중심으로 산식을 구성한 준칙들이 연준의 시각을 더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게 최근 시각이다.

연준 위원들을 중심으로 준칙 제안도 나오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과거에 제시한 윌리엄스 로버스트 준칙은 불확실성 변수를 모두 제외해 현 상황에 더 맞는다는 평가다. 이 준칙은 올해 1번 금리 인상을 안내한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의 삼인자로, 중립 성향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최근 소개한 중립금리, 잠재실업률 등의 변수를 사용하면서도 의존도를 크게 낮춘 새로운 형태의 테일러 준칙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준칙에서는 필립스 곡선이 크게 약해진 점을 반영해 실업률 계수는 아주 낮게 설정했다. 이 준칙에 따르면 향후 기대인플레이션이 2% 근처에 안착한다면 실업률이 약간 더 하락해도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회의 투표권을 갖고 가장 비둘기파적인 위원으로 알려져 있다.

연준의 금리 경로를 찾기 위해 뉴욕 연은의 조사에 주목하는 곳도 있다. 지난 8일 뉴욕 연은의 모형에 따르면 올해 기준 실질 자연금리 전망치는 1.4%에서 1.2%로 하향 조정됐다. 연준의 공식 자료는 아니지만, 입력 변수로 자주 사용된다. 실질 자연금리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부양하지 않는 수준의 실질 금리를 의미한다. 중립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번에 조정된 자연금리 전망치에 최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합산한 명목 자연금리는 2.5% 수준이다. 이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이에 도달했다.

핌코는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연준이 지난해 말의 주가 하락 등에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비판하면서도 뉴욕 연은 모형의 전망치 변경을 보면 일관성이 있다고도 평가한다.

지난해 2월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뒤 올해 첫 의회 증언에 나선 파월 의장은 민감한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인내심만 반복했다. 비둘기파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더 비둘기파로 보이지 않도록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숨은 연준 그림 찾기는 올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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