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삼성카드 사외이사가 지난해 8천에 육박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도 이사회 안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아 거수기 노릇에 지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삼성카드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권오규, 최규연, 양성용, 박종문 등 4명 사외이사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7천800만원이었다. 한 달에 650만원씩 받는 꼴로, 전업 카드사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4천만원 중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카드 사외이사들은 보수 이외에도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지원비로 매년 5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들 사외이사의 연간 활동시간은 72시간으로 한 달에 평균 약 6시간가량 일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한 시간에 108만원의 보수를 받고 회의에 참석한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4번의 정기이사회와 7번의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경영실적, 준법감시인 선임,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계획 적정성 점검 등 58건의 보고 및 의결 안건을 심의·의결했는데, 반대의견을 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사외이사 본인이 속한 다른 위원회 안건에 대해서도 지난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카드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을 통해 최대 6년 재직할 수 있다.

양성용 사외이사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5년째 삼성카드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고, 박종문 사외이사도 2015년 선임된 후 연임에 성공해 2021년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큰 문제가 없는 한 법으로 가능한 최장 임기를 보장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외이사는 주로 정관계 고위직을 거친 유력 인사다.

권오규 사외이사는 2006년부터 3년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며 양성용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박종문 사외이사와 최규연 사외이사는 각각 조달청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삼성카드뿐 아니라 금융권 사외이사는 일종의 전관예우로 간주하곤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힘 있는 기관 출신을 영입하면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어 윈윈이 되는 셈이다.

그 때문에 국내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역할 없이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에 그치면서도 적지 않은 보수를 챙긴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소액주주나 일반 주주의 이익은 대변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감독·견제라는 사외이사 본연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라면서 "보수를 많이 받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 사외이사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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