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비대면 거래 확산 속에 직장을 떠나는 은행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은행들이 퇴직자들을 다시 채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관 영업은 물론 여신관리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업무에 익숙한 퇴직자들을 다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최근 50대 이상 시중은행 퇴직자를 상대로 한 경력 공채를 진행하기로 했다.

3년 이상 기업 영업을 했거나, 지점장 경험이 있는 퇴직자를 선발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개념의 '휴먼 모바일 브랜치'로 활용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세종, 대전, 울산, 부산시에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법인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대출은 물론 수신, 카드, 수익증권, 퇴직연금 등의 아웃바운드 영업을 담당하게 된다.

특정 지역에서 쌓은 네트워크나 경험이 중요한 영업은 신입 행원을 배치하는 것 보다 퇴직자를 활용하는 게 단기 성과를 내는데 더 유리하다.

신입 행원에 대한 교육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과 물리적인 시간까지 고려하면 퇴직자 재채용은 은행 입장에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적은 비용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석이조의 선택인 셈이다.

이에 매년 퇴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 조건 중 하나로 이 같은 재채용 기회를 포함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퇴직자를 대상으로 관리전담 시간제 계약직을 운영 중이다.

퇴직한 지 1년이 지난 직원을 대상으로 최장 2년 동안 영업점의 감사 업무를 맡기거나 하루 2시간씩 파트타이머로 근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 조건에 1년 후 재취업 신청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포함해 영업점 내부통제 업무를 퇴직자에게 맡기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심사역이나 감리역, 영업지원부서 인력으로 퇴직자를 재채용하고 있다.

기업대출 중 우량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 영업의 비중이 늘고,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선제로 기업의 부실 여신을 선별해야 하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기업금융전담역(RM) 출신의 퇴직자 40여명을 채용해 리스크 관리 요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RM이나 점포장을 역임했던 인력의 네트워크와 경험은 쉽게 쌓을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니다"며 "후배 은행원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퇴직자를 채용하는 것도 세대 간 빅딜을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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