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꽃씨 속에 숨어있는/꽃을 보려면/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꽃씨 속에 숨어있는/잎을 보려면/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꽃씨 속에 숨어있는/어머니를 만나려면/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꽃씨 속에 숨어있는/꽃을 보려면/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3.1 운동 10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함께 문득 떠오른정호승의 '꽃을 보려면'이라는 시다. 북한과 미국의 처지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절창이다.

◇70년간 쌓인 눈은 한순간에 녹지 않는다

두나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1950년 한국전쟁의 교전 당사자들이다. 적대적 관계도 70년을 이어왔다. 두 나라의 정상은 그 70년동안 이제 겨우 두 번 만났다. 한순간에 쌓인 눈이 녹고 칼이 거둬지기를 기대한 게 성급했다. 한국금융시장도 지난주말 코스피지수가 1.76%나 급락하고 달러-원 환율이 5.60원이나 급등하는 등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 등 당사자인 우리가 실망하기는 이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북미 두 정상이 화해 기조를 버리지 않아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방향은 화해 협력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한국금융시장 등도 한반도 대전환 시대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한반도는 GDP 규모 기준 '넘버 1·2·3' 엮인 세계 경제축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는 우리나라와 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이다. GDP 규모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1위,미국이 1위,중국이 2위,일본이 3위,러시아가 12위다. 세계 경제의 '넘버 1,2,3'가 첨예한 국익으로 엮여있는 한반도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로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대서사를 연출했다. 남북화해에 바탕한 한반도의 연결이 거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도 연결된다는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등이 향후 북한 철도망 정상화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 등 대형 프로젝트 구조화 금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이 해야할 일들 수두룩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평화 공존 체제로 편입될 당시 어떤 경로를 거쳐 국가신용등급을 획득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선행 조치가 너무 많을 수도 있다. 우리의 신용을 바탕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필수적이다. 실제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통일과정에서 분트채 발행을 통해 통일재원 상당부분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민간 차원의 지출을 원조로 보는 시혜적 입장도 교정돼야 한다. 개성공단 사례 등에서 입증된 것처럼 민간 차원의 지출은 투자이지 원조나 통일비용이 아니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남북화해시대에 도로와 가스 전력 투자에만 60조원이 소요되는 등 인프라 건설에만 122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유발효과는 303조원 규모다. 금융이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눈이 녹고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는 열린 마음'을 가질 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합인포맥스가 오는 13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금융시장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제 6회 통일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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