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에 합의하라고 부추기고 있지만, 중국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두 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가 진단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 위원을 지낸 바 있는 유용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교역상의 이익을 얻고자 환율조작에 나섰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우려는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지만 근거가 없다"면서 "중국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를 통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2015년 이후 위안화 절하를 막기 위한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 사례를 설명하고 이후에는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8월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임의로 설정하는 대신 전날 역내 시장환율 마감가를 기준으로 설정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정책이 나온 직후에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하락 압력이 소폭 있었지만, 당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민은행의 정책은 오히려 위안화 절하 기대를 부추겨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촉발하며 위안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일부에서는 당시 중국이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위안화 가치 절하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지만 실제로 중국은 위안화 절하가 추가 절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해 외환시장 개혁을 단행한 지 며칠 만에 이를 취소했으며 이후 위안화 절하를 막고자 대규모 개입에 나섰다.

2016년 들어 개입이 둔화하면서 위안화가 다시 절하하기 시작하자 인민은행은 재차 개입에 나섰고 2017년 자본통제 강화와 달러지수 하락으로 위안화는 결국 안정세를 되찾았다.

유 연구위원은 "이후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로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나, 무역전쟁 우려로 환율이 변동성을 보였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환율조작이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중국의 금융시장 취약성을 고려할 때 절하는 특히나 달갑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주기가 미국과 같은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면서 "위안화에 어떻게 접근할지 완전한 권한을 쥐고 있어야 하며 위안화 절하 우려가 제기돼도 경제 여건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에도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위원은 미국이 이를 승인하지 않겠지만 미국은 중국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구속할 수 없으며 위안화 절하 압력에 대한 대응으로 자본 유출을 막는 것도 중국에 이익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위안화 가치와 달러화와의 관계 역시 단순한 양자관계는 아니라고 꼬집었다.

중국이 이미 대미 무역흑자 감축을 약속했으며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이 전 세계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을 줄이거나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위안화 절상을 유도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유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환율 조정 불량은 종종 국제적 공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 연구위원은 "중국 당국은 시장 주도 경제로의 전환과 완전히 유연한 환율체제를 약속했다"면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약속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달러화에 대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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