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우리은행이 '짠물 배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로 재상장되며 일시적으로 자본 비율이 하락한 데다 연내 다수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어 배당금으로 곳간을 비우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2018 회계연도에 대한 그룹의 보통주 배당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은 일제히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놨다.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고배당을 자제시켰지만, 최근에는 자율적인 배당 정책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사 대부분은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의 주당 배당성향은 25.4%로 지난해보다 2.9%포인트(p) 상승했다.

KB금융은 지난해보다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배당성향을 24.8%로 1.6%p 끌어올렸다. 여기에 올해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면 26.2%, 지난해 매입 규모까지 고려하면 31.8%까지 배당성향이 개선된다.

IBK기업은행도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차등배당을 결정하며 소액주주의 배당성향을 30.1%로 끌어올렸다.

정부 지분이 있는 기업은행까지 주주 친화정책에 나서자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고민이 큰 모양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첫해인 만큼 최소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금융 안팎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자본 비율을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으로 적용해야 한다. 단순한 평가 방식의 변경이지만,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3.8%p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초부터 내부등급법을 다시 적용하겠다는 목표대로라면 일시적인 비율 하락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지만, BIS 비율이 낮으면 M&A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위험자산이 많은 금융회사를 사들이기도 어려운 게 문제다.

지주사로 전환되며 몸 불리기가 시급한 우리금융은 여러 건의 M&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미 부동산신탁사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그리고 증권사에 대한 인수 의지를 밝힌 우리금융은 현재도 다수의 실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국제신탁의 경우 지분 인수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하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 인수를 위한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히는 것도 우리금융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의 배당성향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5년 우리은행의 배당성향은 무려 31.8%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지만, 이듬해 21.4%로 급락한 이후 좀처럼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정책이나 이익 체력을 고려하면 20% 중후반의 배당성향이 책정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20% 초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 수준에 따른 실망이 단기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더라도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이 더 큰 만큼 우리금융 입장에서 무리해서 고배당을 책정할 요인이 없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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