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가맹점 계약해지 통보를 면한 현대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해지 통보를 받은 카드사들은 적격비용(원가) 이하로 수수료를 받는 건 엄연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현대카드 등은 대형가맹점과의 협상 방식이 다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6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5개사는 여전히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상하자는 현대차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통상 수수료 체계가 바뀌면 새 수수료율을 우선 반영하고 협상 결과에 따라 이를 소급 적용해주고 있다"면서 "인상된 수수료율 반영을 거부하는 현대차 입장을 수용하는 것은 법 위반 사안이며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들 카드사는 지난달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3월부터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대형가맹점인 현대자동차 역시 카드사로부터 1.8%대이던 카드 수수료율을 1.9%로 인상한다는 공문을 전달받았다.

현대차는 이들 카드사에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의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반면 현대차가 제시한 방안대로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한 BC·NH농협·현대·씨티카드 등은 가맹점 계약 해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협상 전 수수료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고 나중에 소급적용 받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한 등 5개 카드사는 현대카드 등이 대형가맹점과의 협상력에서 처음부터 밀리고 있다며 결국 수수료 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전체 신용판매 취급액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카드사보다 높은 점 등 그룹 내부시장(캡티브마켓) 보유라는 특수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농협·씨티카드 등 중소형사의 경우에도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같은 대형가맹점을 잃을 경우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단 협상 과정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협상 시작에서부터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하자는 현대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만 보더라도 재산정한 적격비용을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수수료율의 실제 적용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이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법 18조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또 신용카드 관련 거래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상금이나 사례금(리베이트)을 요구할 경우에는 이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협상 전 인상된 수수료율 우선 반영 여부는 정해진 규정이 아니다"면서 "협상이 힘든 대형가맹점 등에 대해서는 다른 가맹점과의 협상과는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격비용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했느냐에 대해서는 협상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일단 카드사의 협상이 마무리되고 난 후에야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점검 결과 대형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상분을 미적용 한다든지 여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인상된 수수료율 우선 적용 여부가 협상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점검 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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