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강세를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상주의자(mercantilist)로 평가하고, 달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유럽 중상주의 시대의 상인들은 대외 무역을 통해 국가 이익을 증진했고, 국가는 상인에게 독점적 위치를 부여함으로써 무역 상인의 영향력은 커졌었다.

WSJ은 5일(현지시간) "달러가 현재 강하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맞지만, 매우 강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에서 "나도 강한 달러를 원하지만, 우리나라에 좋은 달러를 원하는 것이지, 너무 강해서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거래할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싼 달러를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금리를 그대로 놔뒀다고 상상해보라"며 "만약 우리가 (보유자산 축소 같은) 양적 긴축을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약한 달러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WSJ은 "이미 개종한 이들에게 개종을 설교하는 꼴"이라며 "시장은 이미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가정하고 있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양적 긴축이 자동으로 진행될 것이란 주장에서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달러화는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1973년 이후로 무역 상대국 통화 대비 평균적으로 5%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선진국 통화 대비로는 평균 10%가 평가절상된 것으로 추정됐다.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로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는 4% 정도 높다.

이처럼 달러가 강한 편이기는 하나, 매우 강한 편은 아니라고 WSJ은 평가했다.

달러화는 실질 거래 기준 무역 상대국 대비로 지난 2011년 이후 8년간 랠리를 보였으나, 지난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후반에 보인 두 번의 강세 흐름과 비교할 때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현재 달러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하는 미국 경제의 호황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매체는 "달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며 "미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 대비 좋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과 일본 중앙은행은 불안한 성장 속에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가고, 중국도 급격한 경기 둔화 이후 경기 부양에 매진하고 있다.

WSJ은 "중상주의자 관점에서 보면 약한 통화는 분명 수출을 돕는다"면서도 "이는 장기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1900년 이후 21개국 통화를 분석한 결과, 통화 가치가 가장 크게 강해진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미국이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그런데도 수출 강국이다.

반대로 통화 가치가 약해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결국 약화하고, 이는 결국 종종 평가 절하로 다시 이어진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통화 강세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자생력을 키우고, 결국 이는 국가 경쟁력을 향상한다는 게 WSJ의 주장이다.

매체는 "통화 약세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효과는)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통화 평가절하의 역사를 보면 수익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빠르게 깎였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기업과 근로자는 통화 강세 국가만큼 경쟁력 향상 압박을 받지 않는 것으로 진단됐다.

WSJ은 "다른 차원에서 볼 때 연준이 달러 약세 조처를 하려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인플레가 목표치를 달성하고 임금은 상승하며 실업률은 낮은 상황에서 연준이 추가적인 통화부양에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정치인들은 항상 금리를 낮추고 단기 부양에 나서고 싶어한다"라면서도 "우리에게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있고, 이번은 다르다고 볼 이유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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