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실제 편성 여부와 규모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하면서, 추경 편성을 위한 실무를 맡는 기획재정부는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두고 검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약 실제로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경 편성을 결정하게 된다면 요건은 자연재난과 같은 대규모 재해 발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추경이 편성된다면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국가재정법에서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 편성이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비상저감 조치 등을 통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상황은 엿새째 이어지면서 국민 불편과 고통이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자연재난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봄철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던 황사가 재난안전법에서 자연재난으로 포함된 만큼 미세먼지도 같은 범주로 묶여 재해 발생에 따른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은 크다.

문제는 추경 실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다.

지난해 세수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인 25조4천억 원의 세금이 더 걷혔지만, 실제 추경 편성에 가용할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빼고 이월된 돈을 뺀 세계잉여금이 13조2천억 원에 달하고, 이 중 일반 재정에 쓸 수 있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10조7천억 원에 이르지만 이것저것 빼면 실제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의 용처를 순서대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먼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정산하고,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고 나서 국가채무를 상환한 뒤에야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과 세수의 39.51%를 배정해 정산해야 하는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인 10조7천억 원에 맞먹는 10조6천억 원 정도가 된다.

여기서 남는 돈을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고, 국가채무 상환에 쓰다 보면 세계잉여금을 활용한 추경 재원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1조2천억 원, 이듬해인 2018년 3조8천억 원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면서 세수호황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봐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 거의 없고, 올해 세수 상황이 지난해 만큼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하는지가 적자 국채 발행 여부의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긴급 추경 편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언급한 용처는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사업,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 등이다.

문 대통령은 전일 오후 6시부터 50분간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응방안과 관련한 긴급 보고를 받고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대용량의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공기정화기 보급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추경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용도만 담아 편성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추경을 편성하는 김에 일자리 문제와 둔화하고 있는 경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용도도 함께 고려해 포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지시가 미세먼지 대책만을 위한 추경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미세먼지 추경만을 말했다"면서도 "관련 부처에서 필요하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지를 남겼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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