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 지도부가 올해 업무 보고에서 3년 만에 '중국 제조 2025'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한 명목적 움직임이며 '중국 정책 2025' 정책의 실체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주요 정치 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은 해당 개념이 등장한 후 처음이라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5페이지에 달하는 업무 보고에서 '중국 제조 2025'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제조 2025' 정책은 중국 정보가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 항공 우주설비, 생물 의학, 신에너지 자동차 등 10대 제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중국의 핵심 제조업 산업 정책이다.

이 정책은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불거지면서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와 불공정한 시장 조건을 미국 측이 문제 삼으며,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폐기나 수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SCMP는 전인대에서 '중국 제조 2025'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중국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산업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폐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5일 발표한 예산 보고서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중앙 정부 예산을 13.4%로 늘린 3천543억 위안(약 60조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학 연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중국 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굴기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WSJ도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인 '중국 제조 2025'를 명목상으로는 폐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미·중 무역협상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전인대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중국 제조 2025)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파들이 중국의 변화 의지에 대해서 믿지 않는 부분"이라며 만약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중국 제조 2025'에 관련된 언급이 나왔다면 미 행정부의 대중 강경파들은 중국이 산업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그대로 굳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콧 케네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이전에도 (자국의) 산업 정책을 가지고 있었고, '메이드 인 차이나' 정책의 폐기 후에도 (산업 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 보는 상황은 오래된 와인을 새로운 병에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중국 제조 2025' 정책이 명목적으로 사라지더라도 비슷한 중국 산업 정책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중국 관리는 "우리는 '중국 제조 2025'와 관련된 얘기를 더 하지 않도록 지시받았다. 미국이 이를 싫어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연히 정부는 중요한 업계를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다"고 WSJ에 전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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